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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기후·경제 외친 문대통령 유럽순방…한미는 '공고'·한일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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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COP26 계기 7박9일 이탈리아·영국·헝가리 순방 종료

교황에게 다시금 방북 요청…'기후 악당' 오명 벗는 데 주력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DMZ 철조망 십자가를 선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들었다"며 십자가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10.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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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박혜연 기자,김상훈 기자 =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28일부터 7박 9일간의 이탈리아(바티칸 포함)·영국·헝가리 순방에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고 방북을 요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또 한 번 평화외교에 힘을 쏟았다. G20(이탈리아 로마), COP26(영국 글래스고)을 통해서는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있어 적극적인 대응 행동을 취하는 모습으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주력했다.

마지막 방문국인 헝가리에서는 헝가리를 비롯한 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과의 경제외교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래에 따른 경제회복에 집중했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 성과는 한반도 평화,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 극복 및 경제회복까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교황 향해 다시 방북 제안…불발된 한일 정상 만남

문 대통령은 첫 방문국이었던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이튿날인 10월29일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해 방북을 제안하고 이후 G20에서 대면하는 정상들에게도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는 평화외교를 펼쳤다.

문 대통령은 2018년에 이어 3년 만에 만난 교황에게 방북을 재(再)제안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돼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이에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는 답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에서 철거된 폐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면서 "다음에 꼭 한반도에서 뵙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G20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에게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받았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교황의 방북은 교황청과 북측 사이 외교 사안이고 다른 고려 사항들도 있는 만큼 즉각 이뤄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만 또 한 번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국제사회에 이 주제를 환기한 데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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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전 정상 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10.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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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이번 다자외교 무대를 계기로 한 양자 회담으로 한미·한일정상 간 만남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한미관계의 경우 특별한 이상이 없는 정황이 여러 번 포착됐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조우해 2~3분간 한반도 평화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COP26 개회식에서도 바로 뒷줄 자리에 착석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게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G20 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포함한 14개 우방국을 한데 모아 개최한 '공급망 회복력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 다음 발언자로 나서기도 했다.

반면 한일관계는 안갯속으로 접어든 기류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COP26에 함께 참석했으나 조우와 같은 형식의 만남도 끝내 불발됐다.

한일정상은 지난달 4일 기시다 총리가 선출된 뒤 15일 한 차례 전화통화만 했을 뿐 아직 직접 대면은 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면한 것이 마지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의 (COP26 행사) 체류 시간이 매우 짧았던 데다가 COP26 회의가 100여 국 정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였던 관계로 한일정상의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에 열려있는 입장으로 앞으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 한일 양국 정상이 회담이나 회동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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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기념촬영에 앞서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1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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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악당' 오명 벗자…'40% 이상' 온실가스 감축 의지 표명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기후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그린 리더십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파리협정 이행 원년인 올해, 기후위기 대응이 글로벌 현안 중에서도 핵심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도 그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COP26 정상회의에서 Δ2030년 국가온실가스(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Δ2050년 국내 석탄발전 전면 중단 Δ국제메탄서약 가입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탄소중립을 향해 이제 막 발을 뗀 실정이라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목표를 도전적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COP26 참석 중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한국에 가지고 있는 기대에 우리가 적절히 부응하고, 아태 지역이 거는 기대를 (넘어서) 세계가 (우리에게) 가지는 기대를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상향으로 보여준 것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표현들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가교 역할로서 문 대통령은 개도국의 기후 적응을 위한 재정적·기술적·정책적 등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 전략과 관련해 여전히 입장 차가 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의 입지와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킨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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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메리어트 호텔 그랜드부다페스트홀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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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방문한 헝가리서 경제·실리외교 주력

전 세계가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을 모색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 역시 이번 순방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는 데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이 마지막 순방국으로 헝가리를 택한 것은 바로 헝가리를 비롯한 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이 유럽 내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참석했던 한-V4 비즈니스 포럼은 타국 정상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경제 행사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포럼 연설에서 "한국과 V4의 상생 협력 결과는 대단하다"며 "전자, 자동차와 부품, 화학, 금속까지 다양한 업종에 걸쳐 6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했고 누적 투자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 V4는 유럽연합(EU) 내 한국의 최대 투자처가 됐다"고 말했다.

한-V4 비즈니스 포럼에는 우리 측 기업들과 V4 국가의 기업들이 다수 참여해 배터리·전기차·그린·디지털·인프라 등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각국 기관·기업 간 협력 양해각서(MOU) 총 7건이 체결됐다. 이에 따라 양측이 신산업 분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헝가리는 우리의 첫 구동구권 수교국이며, 북방외교 출발점이 된 국가다. 헝가리는 유럽 내 물류·교통 편의성이 뛰어나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있는 독일·프랑스와 인접해 있어 국내 배터리 3사로 알려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을 비롯해 다수 우리 기업들이 전기차와 배터리 등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이 헝가리를 방문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아데르 야노쉬 헝가리 대통령의 초청으로 헝가리를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 아데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하고,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유망산업과 코로나·기후대응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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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아데르 야노쉬 헝가리 대통령과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21.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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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의지 후퇴설·한미 비밀 회동설…순방 이모저모

한편 헝가리 국빈 방문 중에는 원전 문제를 두고 소란이 일기도 했다. 양국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아데르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 불가하다는 의향이 (양국) 공동"이라고 언급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원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주목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견지해온 입장을 밝힌 게 잘못 전달됐다는 취지로 정정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되나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설계 수명이 종료된 원전은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논란에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헝가리에 도착하자마자 2019년 다뉴브강 선박 침몰사고로 사망한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우리 국민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로 한국인 승객 26명이 사망·실종하고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이 숨졌다.

한미정상 간 만남이 주목됐던 가운데 로마에서는 두 인사의 비밀 회동설이 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앞에서 G20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진행한 가운데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서다. 하지만 일부 다른 정상들도 불참했고, 문 대통령은 당시 행사 준비를 위해 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문 대통령과 교황 간 만남에 배석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 확진으로 무산됐던 유흥식 대주교가 10월30일 음성 판정으로 격리가 해제되면서 문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깜짝 만나는 일도 있었다. 이외에 G20 정상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 정상들 사이에 코로나19 상황에서 공헌해준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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