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연극 100년사·상냥한 폭력들
한밤에 눈 뜨고 / 죽음과 팔뚝 씨름을 한다 / 근육이 풀린 야윈 팔로 / 어둠의 손을 쥐고 힘을 준다.
암 투병 중인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인터뷰하러 온 김지수 조선비즈 기자에게 보여준 시의 일부다.
책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 교수와 저자의 대담을 묶었다. 이 교수와 저자는 죽음과 삶, 예술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교수는 암 투병 중이지만 현재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 등의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병원에 들락거리는 시간에 글 한 자라도 더 쓰고 죽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인생을 계획대로 살기란 대가조차도 어려운 일인 듯하다.
"글이 안 써져. 읽을 수도 없고. 어떤 글을 써도 평범해. 중학생 작문 같은 것밖에 못써. 그게 죽음이야. 내 모든 지식, 모든 생각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더군. 다 지워버렸어. 암세포는 내 몸의 지우개였어."
재미있는 특별한 책이 아니라면 통독이나 발췌독을 권하는 부분이나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토리노의 말'에 대한 독특한 해석 등 눈길 끄는 대목이 적지 않다.
책에 나온 이 교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의 언어는 설명적이거나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은유로 다가온다.
"진짜 전하고 싶은 유언은 듣는 사람을 위해서, 듣는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로 한다네."
열림원. 320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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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연극 백년사 =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고려대학교 연극 동아리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고려대극예술동우회와 고려대극예술연구회가 기획하고, 연극인 양윤석이 5년간 자료를 수집해 집필했다.
고려대 연극의 역사는 1918년 당시 보성전문학교(고려대 전신) 학생 방정환이 연극 '동원령'을 무대에 올린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책은 연극 동아리 '고대극회'가 신극 태동기인 1918년부터 2017년까지 180회 이상 공연하며 지나온 길을 시대별로 돌아본다.
또한 고대극회 관련자들의 증언, 팸플릿, 포스터, 신문 기사, 공연·리허설·연습 장면을 찍은 사진 등을 수록했다.
한국 현대극 수립의 선구자였던 주영섭을 비롯해 여운계, 손숙, 장두이, 주진모 등 동아리를 거쳐 간 인물 156명의 재학시절 일화와 졸업 후 활동도 전한다.
연극과인간. 1천56쪽.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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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냥한 폭력들 = 이은의 지음.
변호사인 저자가 담당한 사건과 굵직한 성폭력 이슈 등을 재구성해 성폭력 피해와 가해의 현주소를 검토한 에세이다.
저자는 직장 내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사건 사례를 소개하면서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시사IN' '프레시안' 등에 기고한 칼럼을 다시 정리해 묶었다.
동아시아. 27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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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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