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부 산시성 다퉁 근처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역사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 예고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무리하고 3일(현지시간) 본격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
COP26 핵심의제 '탈석탄' 내일 논의
하이라이트는 4일로 예고된 에너지 분야 회의다. 이날 ‘탈(脫)석탄’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탈석탄은 COP26의 주요 의제인 탄소배출량 감축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열쇠다. 현재 석탄발전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7%, 발전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2%를 차지해 ‘지구온난화의 원흉’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탄은 아직까지 전 세계 에너지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9년 기준 36.8%로, 2위인 신재생에너지(26.5%)와도 격차가 컸다. IEA는 “여전히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수보다 새로 가동되는 석탄발전소 숫자가 훨씬 많다”며 “내년에는 석탄발전에 의한 탄소 배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 위기에 대해 ‘전 세계 공동 전선’을 구축한다는 게 COP26의 취지지만, 탈석탄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개도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합일점을 찾기 쉽지 않다. 이미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발전 연료를 다변화한 선진국과 달리, 이제 막 경제를 일으키는 개도국들은 값싼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이들에게 ‘탈석탄’은 곧 경제 성장 축소 및 후퇴를 의미한다.
중국 산시상 다퉁시 탄광 인근에서 노동자들이 석탄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탈석탄 놓고 선진국·개도국간 "네탓공방"
이 때문에 선진국이 중국·인도 등 개도국을 향해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 책임감을 가지라”고 몰아붙이면 개도국은 “과거 선진국들이 ‘더러운 연료’를 마음껏 사용해 경제 발전을 이룩해놓고, 우리에게 대기오염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해왔다. 이런 입장차로 인해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억제하자’는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구체적 실행안 도출에 번번이 실패해왔다.
COP26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주요 선진국은 2030년 석탄발전 완전 퇴출을, 다른 대다수 국가는 2050년 탈석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석탄발전 비중이 40.4%(2019년 기준)으로 미국(24%), 일본(32%), 독일(30%)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다. ‘석탄 중독 국가’로 불리는 중국은 전체 전력 생산의 60%, 인도는 70%를 석탄 발전에 의존한다. 현재 인도는 2070년,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독일의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내뿜는 증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전문가 "탈석탄 실패하면, 지구 사하라사막 된다" 경고
전문가들은 현재 지구온난화 위기의 시급함을 알리며, 탈석탄을 놓고 한가한 줄다리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중국·미국·유럽 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탄소배출량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계속 증가하면 2070년까지 지구의 전체 육지 면적 중 19%가 연평균 온도 29℃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평균 29℃는 현재 사하라사막의 가장 더운 지역의 일부,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0.8%에만 나타나는 기후다.
FT는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른 기후 모델, 인구 시나리오 등을 접목해 2070년 대륙별 상황을 예측했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최대 2000만명의 인구가 연평균 29℃ 지역에 살게 된다. 남미는 페루·콜롬비아·베네수엘라는 물론,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 우림까지 극심한 더위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기온 상승의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돼, 인구의 절반이 연평균 29℃ 지역에서 거주할 것으로 봤다. 베트남 남부와 파키스탄 동부, 캄보디아 등은 사람이 거의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탄소배출량을 빠르게 줄이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다. 탄소로 스스로를 죽이는 것, 자연을 변기처럼 다루는 것을 그만 두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불로 화염에 휩싸인 나무에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외신은 COP26에서 탈석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협상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완벽한 결과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회담이 끝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자체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만약 COP26에서 탈석탄 합의에 실패하면 유럽연합(EU) 등은 독자적으로 탈석탄 목표를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를 대상으로 ‘탄소국경세’ 도입 등 다양한 형태의 통상 장벽으로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COP26에 참여한 각국 대표단에게 "최선의 희망을 만들라"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