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혜 KDI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 연구를 통해 2일 이 같이 밝혔다. 개인사업자 444만명을 표본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표본집단의 사업자대출 잔액은 572조6000억원, 가계대출 잔액은 415조9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2월말 대비 21.3%, 173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가계의 대출 증가율(13.1%)의 1.6배 수준으로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부채 상황이 악화한 것이라고 오 위원은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 취약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규모 저리 정책자금을 공급했다. 완화된 대출심사를 적용한 긴급자금 3조원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반 자금(1조50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공급된 것이다.
오 위원은 사업주가 1개 사업체를 운영하는 연매출 5억원 미만의 업체 3만곳이 이 같은 정책자금 지원을 받은 뒤 1년간 경영 상태를 정책자금 지원을 받지 않은 곳과 비교 분석했다. 이들은 상용고용인원이 사업체 1개당 0.26명인 영세업체이며, 이 중 9%가 1년 후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정책자금 수혜업체는 비수혜업체에 비해 1년 후 폐업 확률이 10%(0.9%포인트) 낮았으며 매출과 고용인원은 각각 28.8%, 22.5% 많았다.
오 위원은 "코로나 19 위기에서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규모로 공급한 정책자금은 폐업 방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금융 지원 직후 폐업한 사업체 대표의 개인 신용도는 오히려 악화되는 등 대상에 따라 상환부담의 증가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또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 폐업에 직면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업체에 대한 정책자금 공급은 채무부담을 키워 개인 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자영업자에게는 원활하게 폐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부채 누증을 방지하고, 재기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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