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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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마지막인 내년도 예산안이 심의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불붙인 6차 재난지원금이 여야 간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를 열었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내년 정부 예산안 규모는 604조4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8.3% 늘어난 역대 최대 금액이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는 이런 ‘수퍼 예산’의 체급을 더 키우자는 발언이 지난달 29일 이재명 후보 입에서 나왔다. 1~5차 재난지원금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기 부족하니 전 국민 대상으로 돈을 더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틀 뒤 “최하 30만∼50만원은 해야 한다”며 금액까지 언급했다.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을 실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 지난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총인구(5166만2290명)를 기준으로 지급액만 단순 추산해 봐도 15조5000억원에서 25조8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가구당 40만~100만원이었던 1차 재난지원금(14조3000억원), 소득 상위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된 5차 재난지원금(10조4000억원)을 뛰어넘는다.
기재부가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에 6차 재난지원금 배정 예산은 당연히 ‘0원’이다. 정부가 짠 예산만으로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55조6000억원의 빚(통합재정수지 적자)을 져야 해서 여유 재원도 없다. 이재명표 재난지원금 공약을 실현하려면 내년도 본예산 지출액을 대규모로 증액하거나 해를 넘겨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새로 편성하는 방법뿐이다. 늘어나는 지출 예산을 충당하려면 빚잔치를 더 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이재명표 전국민 재난지원금 얼마나 드나.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여당은 벌써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이상 더 걷힐 예정”이라며 “이 재원을 기초로 우리 국민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치인끼리의 논쟁, 또 관료와 정치인 간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과 근거에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재부 압박에 나섰다.
결국 예산안 변경에 있어 최종 ‘키’를 쥐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견이 어느 쪽에 기우느냐가 중요해졌다. 헌법에 따라 정부(기재부) 동의 없이는 예산 증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오자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 로마까지 와서…”라고 답하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을 두고 홍 부총리와 이 후보가 맞붙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두 사람은 페이스북 등을 통한 공개 설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홍 부총리는 여당 주장에 밀려 수차례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고 ‘홍백기(홍남기+백기)’란 별명을 얻어야 했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기재부로선 시기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홍 부총리 입장이 어느 쪽에 기울든 특정 후보 주장에 재정 당국이 ‘편들기’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손실보상 개념으로 (선별)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준표 의원도 “그렇게 (돈을) 푼다면 나라가 망조로 가는 길이다. 자유당 시대 ‘고무신 선거’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조현숙·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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