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1.1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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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이슈에 불을 붙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판단, 결단의 문제”라며 추가 지급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생현장이 너무 어렵고, 초과 세수도 있어 (추가 지급은)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한 주장을 연이틀 밀어붙인 거다. 이 후보는 이날 “충분히 대화하고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따르는 게 국민주권 국가의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며 “정치인들끼리의 논쟁, 또 관료와 정치인 간의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과 근거에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큰 틀에서 동조 메시지를 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 이상 더 걷힐 예정”이라면서 “이 재원을 기초로 우리 국민들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재명 후보가 최근 던진 화두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난 뒤 기자들이 '대장동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20대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이제 (질의응답을) 그만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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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난지원금 재원 확보에 대한 당 지도부-후보 간 사전 논의나 실무 검토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공식 발족 전에 이재명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가 당과 조율돼서 나가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오늘 재난지원금 논의는 없었고 향후 선대위가 구성되면 정책 파트뿐 아니라 당 지도부가 관련 공약의 현실성, 타당성 등을 검토해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예결위 소속 의원도 재난지원금에 대해 “지금은 예산안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당 정책위와 지도부 차원의 방침 확정과 당·정 협의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충분하게 당과 더 논의하는 것이 맞겠다”(오영훈 의원)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이날 이 후보는 당내 이견 조율 문제를 묻는 말에 “불협화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는 집합체이기 때문에 의견에 대해 논쟁하고, 결정하면 따르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정부는 어김없이 수세적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G20 회의 참석 수행차 로마에 간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추가 지급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공청회를 시작으로 이미 당·정 협의를 거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지원금을 당장 더 주려면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관련 논의 및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수행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로마 프레스센터에서 G20 정상회의 결과 및 성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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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당국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후보 측은 이날 ‘한 달 전쟁’을 예고했다. 박찬대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기국회가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해야 한다”면서 “만약 총 예산액을 넘어선다면 기재부의 동의를 얻게 돼있다. 이 부분이 돌파의 문제”라고 말했다. “예산 상황이 빡빡하겠지만 후보가 얘기한 이상 논쟁은 만들어야 한다”(캠프 핵심 의원)는 게 이 후보 주변 기류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매표 행위”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로 매표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나라 망조로 가는 길이다. 자유당 시대 ‘고무신 선거’와 무슨 다를 바 있나”고 비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날 “코로나19 상황이 초기와 다르다”면서 “실제 피해를 입은 분들 위주로 손실보상의 대부분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그래도 "국가부채 폭증"을 우려하는 야당과의 예산안 협상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현실에서 이재명발 재난지원금이 또다른 뇌관이 될 전망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를 놓고 “대장동 게이트 특검을 피하려고 ‘아무 정책 대잔치’로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 세금은 집권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곶감 빼먹듯 하는 꿀단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심새롬·장윤서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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