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표류사회
불교건축사를 연구하는 오세덕 경주대 교수가 조선시대 후기인 17∼19세기 사찰 건축에 관여한 승려 장인을 조명하고, 그들이 지은 건축물을 논했다.
저자는 "한반도에 남아 있는 대다수의 건축물 문화재는 조선 후기에 건립됐으며, 특히 사찰 건물이 많다"며 "승장(僧匠·승려 장인) 연구는 조선 후기 건축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그동안 이에 관한 연구는 미진한 편이었다"고 저술 이유를 밝혔다.
그가 책에서 소개한 주요 승려 장인은 각원, 승원, 월원, 조헌, 쾌연, 각민, 의진, 민열 등 8명이다.
저자는 각원과 각민 등은 기존에 연구자들이 다루지 않아 새로 발굴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조헌은 통도사 영산전과 관음전, 월원은 쌍계사 대웅전 건립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기별 승려 건축 조직을 분석한 결과도 담았다. 17세기에는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10∼20명이 함께 활동했으나, 18세기가 되면 조직이 20∼30명으로 늘고 세분화했다고 짚었다. 이어 19세기에는 승려 장인이 감소하고 민간 장인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민속원. 376쪽. 4만5천원.
▲ 상트페테르부르크 = 브루스 링컨 지음. 하승철 옮김.
러시아 표트르 대제가 '유럽으로 향하는 창'으로 삼아 1703년 건설한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를 정리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러시아사 전문가가 쓴 유작이다.
저자는 모스크바보다 유럽 여러 나라와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입지를 보면 기후가 좋지 않고 토양도 습해 도시를 건설하기에 좋지 않았지만,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겠다는 열망이 신도시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마치 한 인물의 삶을 압축한 전기처럼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보낸 굴곡진 시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을 뽑아 흥미롭게 전한다.
글을 읽다 보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고난과 구원의 도시, 빛과 어둠의 도시'라는 부제처럼 상당히 모순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영혼은 그 특징을 형성하는 대조만큼이나 복잡하다"며 "가난, 고통, 기념비적 규모의 영웅주의 이미지들과 혼합돼 풍족함, 적나라한 정치권력, 예술적 탁월함은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역사적 페르소나를 이룬다"고 이야기한다.
삼인. 532쪽. 3만2천원.
▲ 표류사회 = 이소정 지음.
한국 유학과 전통문화를 공부한 저자가 한국에 뿌리내린 가부장제 근원을 분석하고 역사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고찰했다.
저자는 조선 후기 백과사전인 '규합총서'를 지은 빙허각 이씨와 남편을 이상적 부부로 꼽고 "서로가 존경하고 심중을 이해하며 가치를 인정해 주는 지기지우(知己之友·자기를 알아주는 친한 친구)와 같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양성 평등'을 넘어 '양성 조화'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 극단적 투쟁보다는 화합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필드. 543쪽. 2만5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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