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우월성 과시·南 대중문화 유입 경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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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이어 정부가 한류 콘텐츠뿐 아니라 정책 홍보에 사용하는 'K'라는 표현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 정치·사회문제에 'K'라는 표현을 붙여 이를 조롱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면서다.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국 대중문화 유입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1일 'K팝' 'K방역' 등의 'K시리즈'에 대해 "영어도 조선어도 아닌 괴이한 신조어이며 저들이 마치 여러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표본이나 되는 듯 꾸며대고 있는, 말 그대로 남조선식 잡탕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역겨운 것은 정작 남조선이 '세계 최고'로 되는 분야는 다 빼고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하는 격으로 놀아대고 있다는 것"이라며 "남조선 사회는 누가 봐도 'K자살', 'K출산', 'K노인빈곤'이라는 진짜 'K시리즈'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조롱했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저출산 문제 등에도 'K' 표현을 붙여 맹비난한 것이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북한의 '남한 때리기'는 최근 두드러진다. 메아리는 지난달 12일 이후 세 차례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해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치고 패륜이 일상화된 남한", "인간성이 말살된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끔찍한 민낯" 등의 표현으로 맹비난했다. 심지어 작품 제작 전 저작권을 구매하는 넷플릭스의 '선(先)계약 후(後)공급' 계약방식까지 거론하며 "남조선 문화예술 작품들은 미국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폄훼했다.
한류 콘텐츠에 드러난 자본주의 체제의 '그늘'을 부각해 남한 사회를 비판하고,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속내가 반영돼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류 콘텐츠의 잇단 성공이 영상 밀반입 등으로 이어질 경우 북한 청년층의 사상 와해를 부추길 가능성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한국 드라마 등 '남조선 영상물'을 유포할 경우 사형 등 극단적 처벌조항이 담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내부적으로도 '한류 소탕'에 주력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본주의의 모순적 모습을 담은 한류 콘텐츠 인기가 높아진 게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조하며 대남 비난용 소재를 찾고 있던 북한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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