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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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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철강-위스키 관세 분쟁 합의…"中 견제 위해 동맹 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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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패럴에 있는 철강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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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는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EU도 버번위스키와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부과해 온 보복 관세를 거둬들이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 대외 정책의 핵심인 중국 견제를 위해 대서양 동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부과한 철강 관세를 취소함으로써 동맹 간 갈등을 해소하고 대중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전략이다.

이번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가운데 발표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로마에서 진행한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과 EU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와 EU가 부과한 보복 관세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와 중국, 일본,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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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버번위스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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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같은 해 6월 버번위스키와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겨 맞대응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철강 관세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일정한 쿼터에 대해서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백악관은 철강에 대한 232조 적용은 유지하되, 이른바 ‘관세율 쿼터’를 도입해 일정한 물량(쿼터)까지는 무관세이지만, 이를 넘어서면 고율관세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한 해 철강 330만t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EU는 2018년 미국에 철강 480만 t을 수출했으나 관세 부과 이후 390만 t(2019년), 250만 t(2020년)로 줄었다. EU산 철강 수입량이 대폭 줄어든 2019~2020년을 기준으로 쿼터를 정한 셈이다. 철강·알루미늄업계 노동자 단체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관세를 전면 철회하는 대신 미국 산업계에 일정한 보호 장치를 두는 것은 지난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철강ㆍ알루미늄 업계를 의식한 행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오늘 합의는 미국과 EU 관계에서 가장 큰 자극 요소(irritants) 중 하나를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두 가지 중요한 과제에 대한 공동의 진전으로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가장 큰 두 가지 도전은 기후 변화의 위협과 중국의 불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경제적 위협인데, 이를 모두 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철강에 대한 탄소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 기준에 미달하는 값싼 중국산 철강이 EU를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오늘의 합의는 같은 생각을 가진(like-minded) 핵심 파트너들이 우리에게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은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미국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중국에 맞설 수 있는 국가들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미국과 EU는 지난 6월에는 17년간 이어진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보조금 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이어 3년 넘게 이어진 철강 관세 분쟁 해소에 합의한 것은 미ㆍ중 대결을 위해 동맹 규합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EU 외에 다른 동맹에 대한 관세 부과도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 부사장은 NYT에 "철강 가격 급등과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제조업체들에 약간의 안도감을 줄 것이지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일본, 한국 등 가까운 동맹에 대해서도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은 철회돼야 하며, 관세 및 쿼터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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