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만남서 농담 오가며 훈훈한 분위기…기후변화·전염병 대응 논의
낙태 문제는 언급 안돼…바이든 "성체성사 계속 받아야 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만난 바이든 대통령(왼쪽) |
(로마·워싱턴=연합뉴스) 전성훈 류지복 특파원 =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첫 공식 일정을 바티칸 사도궁에서의 교황 예방으로 잡은 것이다.
존 F. 케네디에 이어 미 역사상 두 번째 가톨릭계 대통령인 바이든은 항상 묵주를 차고 매주 성당 미사에 참석할 정도로 독실하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는 교황과 찍은 사진을 놓여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예방은 비공개 접견 75분, 사진 촬영 및 선물 교환 15분 등 모두 90분간 진행됐다는 게 바티칸의 설명이다.
접견시간은 평상시 교황의 일정에 비해 배 이상 길 정도로 이례적인 장시간이었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일례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30분,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50분 가량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교황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단독 면담 20분, 선물교환 15분 등 모두 35분간 대면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교황과 알현하는 바이든 대통령(왼쪽) |
바이든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교황이 즉위한 2013년 첫 만남에 이어 2015년 9월 미국, 2016년 4월 바티칸에서 알현했다.
질 바이든 여사가 동행한 이날 알현에는 바이든 대통령 일행의 차량 행렬만 80대 넘게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다"고 말하며 알현장으로 향한 바이든 대통령은 농담을 건네는 등 훈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 보 바이든이 장교로 근무하던 여단의 휘장이 담긴 동전을 선물로 건넸다. 보는 바이든이 정치적 후계자로 여길 정도로 끔찍이 아꼈지만 2015년 뇌암으로 먼저 세상을 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동전이 전사와 지도자에게 주는 것이라면서 교황을 향해 "내가 만난 이들 중 평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사"라고 말했다.
또 이 동전을 받은 이가 다음번 만났을 때 동전을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술을 사는 게 전통이라는 말을 건네 교황의 웃음을 끌어냈다.
78세의 바이든 대통령과 84세의 교황은 나이를 놓고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의 가장 오래된 성당에 보관돼 있던 제의(祭衣)도 선물했다. 이 제의는 193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대신 교황의 문서와 세라믹 타일에 한 순례자를 묘사한 그림을 답례품으로 받았다.
이날 면담에서는 기후변화와 빈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교황이 세상의 가난한 자와 기아와 분쟁, 박해로부터 고통받는 이들을 적극 옹호해 준 데 감사를 표하고, 기후변화, 전염병 대유행에서 교황의 리더십도 극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교황청은 양 측의 대화가 난민·이주민 지원, 기후변화, 보건 상황, 팬데믹 대응 등에 집중됐다면서, 종교 및 양심의 자유와 인권 보호, 정치적 협상을 통한 세계 평화 증진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전했다.
바티칸 도착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이번 면담은 낙태 문제를 놓고 바이든 대통령과 교황이 다른 입장을 취하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가톨릭에서는 낙태를 금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가톨릭주교회의는 지난 6월 낙태권을 지지하는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이 성체성사에 참여해도 되는지에 대한 교리 문서를 마련하기로 했고, 교황은 성체성사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교황이 자신에게 훌륭한 가톨릭 신자여서 기쁘다면서 성체성사를 계속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낙태 문제는 대화 주제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조직 서열 2위이자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도 만났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바티칸에 3시간 가까이 머물렀다면서 이로 인해 이후 이탈리아 총리,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 일정이 한 시간 정도 늦춰졌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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