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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결국 각하된 법관탄핵 대한민국 사법부에 남을 큰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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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소추 직후 임기 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해 파면을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헌재의 결정은 정치적 고려 없이 법대로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법관 탄핵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관에 대한 탄핵은 중차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사안에 대해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 삼권분리 원칙에 부합한다.

이번 법관 탄핵심판 과정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관여했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그는 지난해 5월 임 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자 "(국회에서)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하잖아"라며 사표를 반려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지난 2월 말까지 임기를 채워 국회가 탄핵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독립성을 흔들었다는 비난을 회피하려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녹취록이 나오자 말을 바꿨다. 사법부의 권위와 대법원장의 품격을 떨어뜨린 처신이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 등이 탄핵 추진을 주도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같은 혐의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

법관 탄핵에 동조한 김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대법원장은 삼권이 분립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를 대표한다. 사법부와 법관 독립을 수호할 헌법상 책무가 있다. 사법부가 바로 서지 못하면 나라의 근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 대법원장의 도덕성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사법부 전체가 신뢰 훼손의 위기를 맞고 있다.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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