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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물가와 GDP

장보기 무섭다…미국發 고물가 쓰나미, 한국 밥상까지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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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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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대국' 미국에서 소비재 기업들이 잇달아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서 물가 상승 압박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맥도널드는 올해 미국 매장 판매 가격 인상률을 6%로 예상했다. 인건비만 10% 이상 급등한 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날 나란히 실적을 발표한 코카콜라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물류비 급등에 따라 필요하다면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호텔·생활용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크리스토퍼 나세타 힐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호텔 숙박비를 인상하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대표 생활용품 제조사인 프록터앤드갬블(P&G)도 제품 가격 인상 방침을 내비치며 이달 중순부터 질레트 면도기 등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지난 23일 주요 모델 차량 가격을 2000~5000달러씩 올렸다.

목욕용품 브랜드 '도브'와 '벤 앤드 제리' 아이스크림 등을 보유한 유니레버는 치솟는 공급망 유지 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3분기에 4.1%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종합 식품기업 네슬레는 올 들어 제품 가격을 1.6% 올렸다.

육류, 해산물 등 신선식품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도매 쇠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2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미국 도매 소고기 가격은 지난 7~8월에만 14.2% 뛰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육류, 가금류, 생선 및 계란 가격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5% 상승했다고 전했다.

마이클 스완슨 웰스파고 수석 농업경제학자는 "식량 가격을 밀어올리는 동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아직 모든 회사가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게 아니라는 점이 무섭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사태 등에 구인난이 극심해지자 미국 내 임금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주요 패스트푸드 매장들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할 때 시간당 15달러 이상 임금에 사이닝 보너스(채용 장려금)까지 내걸고 있다. 이 중에는 직원 소개비로 수백 달러를 지급하는 곳도 나왔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내년 여름부터 바리스타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현재 14달러에서 17달러(지역에 따라 15~23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한국도 국제 원자재값 상승 직격탄을 맞으며 장바구니 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28일(한국시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년 새 26.8% 급등해 12년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내 공급 물가도 불안하다. 지난달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4% 급등하며 1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국내에 출하되거나 수입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1차 금속, 화학제품을 비롯한 중간재와 원유, 곡물과 같은 원재료 등 1125개 품목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정부는 공급망 붕괴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최근 급변한 대외 변수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공급 물가 상승 원인이 한국이 어떻게 '관리'할 수 없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델타 변이발 경제 타격→소비 둔화→공급 물가 상승→구매 여력 하락→소비 악화→경제 충격 가중'이라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애초 올해 물가 상승 추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봤던 한국은행 시각도 변했다. 한은은 지난 27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공급 병목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올 하반기 경제 타격 진원지인 델타 변이 확산과 전 세계 공급망 붕괴 현상이 쉽사리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경우 국내 경제 성장판이 짓눌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을 4%로 제시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 경우 성장률이 3.4%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창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 차장은 "올해 4%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성장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델타 변이 상황과 이로 인한 공급망 붕괴가 올 성장률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뉴욕=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정환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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