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언급, 군부 버티기 빌미 줘" 우려도
지난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정상회의 개최를 선언하고 있다. 미지마 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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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들이 어정쩡한 결과물만 던져놓은 채 회의를 끝냈다. 미얀마 군부 수장의 정상회의 참여를 배제하고 '아세안 특사 활동 보장'이란 한목소리를 냈지만, '균형과 가족'이란 표현을 통해 개운치 않은 뒷맛도 남겼기 때문이다.
28일 아세안 사무국에 따르면, 아세안 정상들은 26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화상회의를 통해 총 102개 항의 '의장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회원국 정상들의 일치된 입장은 마지막 부분에 기재됐다. 정상들은 101항을 통해 "지난 4월 (군부도 참석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합의문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군부는 아세안 특사가 미얀마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완전한 접촉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특사를 수용하지 않은 군부 수장의 회의 참석을 배제한 데 이어, 성명을 통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모든 회원국이 군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한 것도 성과다. 지난 4월 정상회의 당시에는 인도네시아ㆍ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정도만 쿠데타를 적극 비판했을 뿐, 인도차이나 4개국(태국ㆍ캄보디아ㆍ라오스ㆍ베트남)과 필리핀은 "내정의 문제일 뿐"이라며 옹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선 인도차이나 4개국과 필리핀 정상까지 아세안 특사 활동 보장에 동의하는 취지의 개별 발언을 일제히 내놓았다. 전체 합의안 이행과 별개로, 우방국마저 동의한 '특사 수용안'만큼은 군부라도 무시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뒤따른 아세안 의장성명 102항은 앞선 성과를 상당 부분 퇴색시켰다는 평가다. 이 조항은 "우리는 각국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존중하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아세안 헌장도 미얀마 사태에 적용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기껏 공동 압박을 한 이후 미얀마 사태를 '내정'이라 주장하는 군부의 입장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이다. 후자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역시 "선거법을 위반한 문민정부를 몰아내고, 민주적 절차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는 군부의 쿠데타 정당화 논리와 닿아 있다.
아세안 정상들은 성명 마지막에 "미얀마는 여전히 아세안 가족의 일원으로 남아 있다"고도 기재했다. 이번 정상회의 배제 결정은 일시적 조치일 뿐, 상황이 변하면 다시 군부 수장을 미얀마 대표로 부를 수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군부가 특사를 형식적으로 수용한 뒤 기존처럼 '국내 치안이 불안정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버티기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아세안이 미얀마 민주진영(국민통합정부)과 접촉면을 늘리는 등 차선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7일 미얀마 만달레이 지역에서 시민들이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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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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