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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 논란..."레드오션은 문제" VS "권리금 폭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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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음식점 시장 개미지옥" 지적하며 언급
국민의힘은 "반시장주의, 전체주의 발상" 비판
누리꾼들 "레드오션 공감하지만 근본 해결책 아냐"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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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언급한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두고 정치권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자영업, 특히 음식점이 이미 포화 상태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문제라는 취지에서 개선책을 언급한 것이지만, 당장 야당에선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터져나왔다. 경쟁 원리를 부정하는 반(反)시장주의 접근이란 반발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음식점 시장이 무한경쟁의 레드오션이라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총량제로 인한 권리금 상승 및 담합 등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총량제 자체가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평가다.

이재명 "음식점 시장 개미지옥... 선량한 규제도 필요"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둘러본 뒤 시장 내 고객편의센터에서 지역 화폐 관련 전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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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허가 총량제 발언은 이 후보의 첫 민생행보 자리에서 나왔다.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해서 못 하긴 했는데 총량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선량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총량제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어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차라리 (음식점 면허를) 200만~300만 원 받고 팔 수 있게 할 수 있다. 철학적인 논쟁이 필요한 문제"라며 "(자영업 실패로)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아무말 대잔치"라고 일축했다. 총량제가 자본력 있는 세력의 배만 더 불려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이 대표는 "이런 식이면 화천대유는 화천대유FnB를 자회사로 설립해서 신도시 지역에 김밥집과 피자집, 치킨집까지 권리금을 받고 팔아넘길 수 있다"며 "무식해서 말한 거면 이래서 업자들에게 털리는 무능이고 진짜 또 뭔가를 설계하는 거라면 나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전체주의적, 반(反) 시장주의적 발상" 맹폭

한국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강원 춘천시 풍물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게이트 특검을 촉구하며 1인 도보 시위를 하고 있다. 춘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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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가가 국민 개인의 삶까지 설계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국가가 산업 전반을 통제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과 586 집권세력은 늘 자신들이 하는 정책의 '선한 의도'를 강조하지만,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소득주도 성장 등 정책의 결과가 선한 의도를 배신한 사례가 차고 넘친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재명 '헛소리 총량제'부터 실시해야 겠다"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막말 머신이다. 이 후보의 사상이 의심되는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음식점 시장 진입 너무 쉬워 문제" VS "권리금 폭등 부작용만"

한국일보

지난달 서울 종로 먹자골목을 찾은 시민들이 불 밝힌 간판 아래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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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음식점이 인구 대비 너무 많아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여기서 발생하는 무한 경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너무 커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 지사의 진단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반경 500미터 안에 치킨집 50개 이상 있는 곳에서 20년간 치킨집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은 "개인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지역 내 업종이 포화돼 있다는 판단도 안 하고 내가 들어가면 성공하겠지 하고 무작정 창업하더라"며 "문제는 이게 새로 창업하는 업체들만 굶어 죽는 게 아니라 기존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저거라 기존 업체들도 같이 죽는다"는 글을 한 커뮤니티에 올렸다.

우리나라 음식점 시장의 진입이 너무 쉽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다. 앞서 백종원 더본코리아대표는 2018년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페이스북에 같은 의견을 표했다.

그러나 또 다른 누리꾼들 사이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①국가가 개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 ②자본력 있는 세력이 좋은 위치를 선정해 권리금 인상 및 카르텔을 형성할 우려가 있다는 점 ③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들이 지적됐다. "저게 실행되면 권리금 떡상해서 퇴직해서 치킨집도 못하겠네" "규제하고 특정 인원에게 몰아서 풀어주면 '음식점 대장동' 가능할지도"(이상 보수 성향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라는 반응들이다.

"일자리부터 더 만들어야지, 음식점 개수 제한은 근본 처방 아냐"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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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음식점 개업에 나서는 사람들은 퇴직 등으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탈락한 후 생업으로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같은 근본적 현실은 간과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치킨집이 이렇게 많이 생기는" 구조를 들여다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우선이지, 음식점 개수를 제한한다는 발상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아파트 비싸다고 아파트 못 짓게 하겠다는 거 아니냐", "이렇게 하면 무슨 행정부가 사고 치면 폐지하겠다는 해결책을 내는 것과 뭐가 다르냐"(이상 여권 성향 커뮤니티 '클리앙')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은 "과도한 자영업 비율을 낮춰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발언"이라며 "발언의 맥락을 잘 보면 총량제 도입이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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