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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KT 불통에 한 시간에 200억 손해… 카드 VAN 사업자 피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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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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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발생한 KT 네트워크 장애로 KT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부가통신사업자(VAN·밴 사업자)들이 전국적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은 가운데, 주요 밴 사업자들과 해당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이 KT망 불안정성으로 인한 피해를 재차 호소하고 있다. 일부 밴 사업자들은 지난해 매출과 결제 수수료 추이를 종합할 때, 이날 한 시간여 동안 약 200억원에 가까운 손해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밴 사업자들은 전날 KT 네트워크 장애 이후 각 사 결제망을 이용하는 가맹점 피해와 매출 감소 등 피해액을 산출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이들은 현재 네트워크 마비로 인한 수수료 손실분뿐 아니라 앞으로 이뤄질 점검 비용, 유지 보수 강화에 들어갈 비용까지 감안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밴 사업자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 단말기 연결망을 KT가 아닌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같은 다른 회사 망으로 대체하거나,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카드사와 협력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휴대용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연동하는 휴대용 단말기를 사용하면 이번 사고가 다시 재발해도 다른 통신사 스마트폰과 연결해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소속 밴 사업자 관계자는 “그동안 자영업자가 카드 결제를 위한 단말기 설치를 신청하면 결제 전산망을 구축할 뿐 어떤 통신망을 사용하는지는 따로 관리하지 않았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본사와 대리점 차원에서 가맹점이 어느 통신사를 사용하는지 파악할 예정”이라며 “자체적인 피해 사실을 집계한 후 KT 보상이 미흡하다 생각할 경우 손해 배상 청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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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카드결제 등이 먹통이 돼 이날 낮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카페를 찾은 손님이 현금으로 계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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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사업자는 카드사와 가맹점의 가교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후방 산업이다. 이 업계는 전국적으로 12개 업체가 전체 시장 가운데 99%를 장악하고 있다. 나이스정보통신이나 KICC, 퍼스트데이타, KSNET 등이 대표적인 선도 업체다.

이들 밴 사업자는 지난해 기준 총 매출 979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 수입원인 카드사 승인중계 부문 매출은 6431억원이다. 하루에 약 17억원 정도를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중계를 해주는 수수료로 받아간 셈이다.

절대적인 금액은 크지 않지만, 국내 카드 결제 구조상 밴 사업자가 차지하는 입지는 상당하다. 여타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1980년대 신용카드 도입 초기부터 밴 사업자들이 카드사를 대신해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직접 밴 대리점을 운영해가며 전국에 촘촘한 카드 결제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밴 사업자들은 오프라인 가맹점이 카드 단말기 한 대만 갖춰도 여러 카드사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중계해주는 역할이 주 임무다. 결제 과정에서 카드가 정상 발급된 것인지, 한도는 충분한지 여부도 확인하고, 거래 내역 데이터를 카드사로 전송하는 일도 한다. 대신 카드 수수료에서 일정 부분 수수료를 챙긴다.

이번에 사고를 KT 역시 한때 자회사에 ‘스마트로’라는 업계 4위권 대형 밴 사업자를 두고 있었을 정도로 밴 사업의 사업성을 인정했다. KT는 현재 계열사인 BC카드 산하로 스마트로를 옮기고, ‘사장님 성공팩’이라는 소상공인 대상 올인원(All in one) 패키지를 주력 서비스로 제공 중이다.

KT는 지난 6월 구현모 KT사장이 ‘상생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하자, 가장 먼저 이 ‘사장님 성공팩’ 서비스부터 확대 개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의 가게 운영을 돕고 비용도 절감해준다’는 명분으로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터넷과 전화, CCTV 같은 통신 상품과 카드 결제기, 업장 경영과 홍보, 직원과 고객 관리 서비스까지 한 번에 결합 상품으로 묶었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서비스가 결합된 탓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소상공인들은 이번 사고로 가장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전에도 가끔 일부 매장들이 통신 장애를 겪었는데 통신사들의 보상은 월 요금에서 몇천원을 깎아주는 수준이었다”며 “올인원 패키지에 포함된 서비스별로 약관에 피해 보상 여부가 불분명하게 나와 있어 일단 개별적으로 피해 민원을 신청 받아 KT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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