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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탄소배출 줄이되, 석탄수출 계속"…전문가 "웃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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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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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2050년까지 국내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며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면서 “석탄 채굴과 수출은 이어가겠다”고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마법 같은 소리이자 농담”이라고 비판했다.



실행계획 빠져…"포춘쿠키 속 쪽지만도 못하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호주 총리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없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다”면서 “좀 웃기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모리슨 호주 총리의 이번 발언은 오는 31일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인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구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개최를 일주일여 앞둔 시점인 지난 25일 나왔다. 그간 모리슨 정부는 알록 샤르마 COP26 회장을 포함해 국제 사회로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좀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달라”는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CNN은 “(총리의 발언은) 국제 동맹국, 호주 국민, 심지어 모리슨이 소속된 호주의 자유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수개월간 압박해 겨우 나온 발표”이라면서 “그럼에도 모리슨 총리는 G20 국가 중 가장 약한 기후 계획을 들고, 마지못해 COP26에 참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주는 세계 1위 철광석 생산국이자 세계 2위 석탄 수출국이지만 그동안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길 거부해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모리슨 총리의 발언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새로운 일자리 계획이나 세금 등 기타 의무 조치 등 아무 것도 없다”면서 “심지어 2030년 배출량 목표 강화에 대한 계획조차 빠졌다”고 평가절하했다. 정부와 무관한 호주기후위원회의 사이먼 브래드쇼 연구책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간 강력한 배출량 감축 계획이 빠진 모리슨 정부의 이번 발표는 그저 ‘농담’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크리스 보웬 의원은 “총리의 발표문서보다 포춘 쿠키(운세가 적힌 쪽지가 들어있는 과자) 속 글귀가 더 구체적이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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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나라브리 외곽에 있는 화이트헤이븐 탄광에 쌓여 있는 석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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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가스 수출 계속할 것"…'사우디식 꼼수' 비판



외신은 모리슨 총리가 “석탄과 가스의 생산 또는 수출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부분도 지적했다. 모리슨 총리는 “전국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 또 (석탄과 가스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지속되는 한, 우리는 중공업의 경쟁력을 유지해나가야 한다”면서 석탄과 가스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FT는 영국의 기후변화 비영리조직 에너지 및 기후정보 유닛의 리차드 블랙 총괄의 발언을 인용해 “화석 연료를 계속 태우면서 탄소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호주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진영에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총리의 발표가 단순히 국제적 압력에 못 이겨 나왔단 사실 역시 여실히 보여준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24일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원유와 가스 생산량 자체는 줄이지 않고 오히려 증산하겠다고 나서면서 “진정성 없는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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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생산한 암모니아를 선박에 싣고 있다. [사진 아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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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쿡대학의 기후과학자인 테리 휴즈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호주가 기후 변화에 진지하다면 새로운 탄광과 가스 개발을 장려하는 대신 금지해야 할 것”이라면서 “총리의 발언은 배출량 감소를 위한 실효적 조치를 지연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토마스 헤일 옥스퍼드대학 행정대학원 공공정책학 교수는 “호주 정부는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취해야 할 구체적 조치와 2030년 목표부터 업데이트하고 개요를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입법화도 거부…CNN "호주, '가장 약한 고리'"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모리슨 총리는 “호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강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탄소배출 제로와 관련해 입법화할 생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G20(주요 20개국) 가운데 탄소배출 제로에 대해 법률이 아닌 정책으로만 발표한 곳은 호주를 포함해 미국·이탈리아 등 3개국뿐이다. 이 중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무장관, 백악관 경제위원장, 에너지장관, 교통장관 등을 기후위기론자로 채우고 행정부 중심으로 전면적인 기후 계획을 달성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이 설정한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CNN은 “결국 호주가 세계 기후 위기에 있어 ‘가장 약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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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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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과학정책 기관인 기후분석의 빌 헤어 CEO는 “모리슨 총리의 발표처럼 세부사항이 결여된 계획으로는 절대로 2050년 탄소배출 제로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며 “지금 단계에서 이 같은 발언은 솔직히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호주의 기후위원회는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를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호주도 동참해 공평한 몫을 실행해야 한다”면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은 2005년 수준보다 75% 줄이고,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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