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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태우와 전북 새만금'...기공식 연설문에 담긴 87년 대선공약 새만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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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전북)(starwater2@daum.net)]
프레시안

ⓒ대통령기록관, 정부기록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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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에서 26일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이 같은해 12월 10일 전북 전주 유세를 통해 대선공약으로 전격 발표하면서 우여곡절의 역사가 쓰여질 새만금 간척사업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노 전 대통령의 새만금 공약은 사실상 정치적 목적으로 제시됐다. 각종 개발에서 소외된 전북지역에 대한 나름 배려같은 공약이었다. 

전북 도민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새만금은 그가 대통령 취임 후 4년이 흐른 1991년 11월 28일 새만금 간척사업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당시 기공식에 직접 참여한 그는 기공식 연설문을 통해 우리 나라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그는 연설문에서 새만금사업을 2004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각 정권을 거치며 공사 중단과 재개 등을 거듭하는 곡절의 새만금이 되기도 했다.

새만금간척종합개발 기공식의 연설문을 통해 전북 도민과 농어민, 그리고 전 국민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프레시안]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그 때 그 연설문을 다시 들여다본다.

전북 도민과 농어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1세기 대망의 서해안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믿음을 나누며 우리 나라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를 시작하는 현장에 함께 섰습니다. 오늘 기공하는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은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토개발사업입니다.

이 곳 변산반도와 저 바다 한가운데 고군산군도, 그리고 군산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쌓고 그 안의 바다를 육지로 만들어 강화도만큼 큰 새 국토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정부는 총 1조 3,000억원을 투입하여 오는 1998년까지 33km의 방조제 건설과 외곽공사를 끝내고 이어 1억 2000만 평에 이르는 방조제 안쪽의 개발사업을 2004년까지 마무리지을 것입니다.

4년 전 대통령 후보로서 서해안시대를 열 것을 다짐하며 '새만금 개발' 을 공약했던 저는 우리가 자손만대에 물려줄 웅대한 국토확장의 첫 삽을 뜨며 깊은 감회를 느낍니다.

전북도민 여러분,

이 세기와 새로운 세기를 잇는 이 역사는 국토와 산업의 균형있는 반전을 이룩하려는 시대정신의 표상입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하늘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넓은 국토를 만들려 합니다. 그 새로운 국토 위에 산업화와 농수산업의 발전, 도시와 농어촌이 조화를 이루는 살기 좋은 고장을 건설할 것입니다.

새로 조성될 새만금 평원의 임해공단은 군장산업기지와 맞물려 이 지역을 21세기 한국산업을 이끄는 중심지역으로 만들 것입니다. 고군산군도에는 연간 5,000만 톤 하역능력의 새만금국제항이 들어서서 서해안의 새 관문이 될 것입니다.

400만 평에 가까운 농업단지와 원예단지는 현대적 기계영농과 고소득 작물재배를 통해 복지농촌을 실현하는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이 사업으로 만경, 김제평야의 수해걱정도 사라지게 됩니다.

변산반도와 고군산군도의 수려한 풍광은 방조제와 인공호수의 웅장하나 모습과 어우러져 이 지역을 전국 으뜸가는 관광지로 만들 것입니다.

공단과 항만, 농수산 단지와 관광시설이 함께 개발되는 이 사업은 종합적인 지역개발의 시금석일 뿐 아니라 농어업 구조개혁과 농외소득 향상을 선도하게 될 것입니다.

전북도민 여러분,

지금 서해안 곳곳에는 우렁찬 개발의 고동이 쉼없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북쪽의 시화지구로부터 대산, 군장산업기지와 저 남쪽의 대불, 하남공단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조성되고 있는 대규모 공업단지로부터 우리는 활력이 넘친 서해안의 내일을 봅니다.

인천과 목포를 연결하는 서해안고속도로의 공사도 한창입니다.

오늘 이곳에선 새만금 종합개발이 시작되고 금강지구 제 2단계 종합개발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서해안 개발과 함께 농어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10년간 총 42조원을 투입하는 농어촌 구조개선대책이 그것입니다. 개방의 문제가 없더라도 지금과 같은 영세한 농어업 구조, 그리고 농어업의 소득만으로 우리 농어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우리만이 개방을 거부하고 문을 닫고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수많은 나라와 함께 맞고 있는 개방의 물결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를 우리 농어촌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굳은 믿음을 나눕니다.

전북도민 여러분.

예부터 이 고장은 용이 잠을 자고 있다고 해서 '침룡' 또는 '잠룡지역' 으로 일컬어왔습니다.

오늘의 이 대역사를 계기로 이 고장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서해안대와 함께 웅비할 것입니다. 만경, 김제의 넓은 벌이 우리 나라의 곡창으로 겨레의 삶을 보장해 온 터전이었듯이 새만금의 광할한 간척지는 21세기 번영을 기약하는 땅이 될 것입니다.

이 시대 국토개발의 빛나는 기념비가 될 대역사를 기공하면서 우리모두는 더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각자의 직분과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공사 관계자들의 분발과 주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협조를 당부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성수 기자(=전북)(starwater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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