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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너무 아프다"…그들이 스위스로 간 이유는 '조력 자살'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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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유럽서 '조력 자살' 합법화 국가 늘어,

오스트리아 법안 통과되면 EU 5호국…

한국은 처벌, 제한적인 존엄사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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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합법화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페인 시민단체/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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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의회가 연방정부가 발의한 '조력 자살' 합법화 법안에 합의했다. 오스트리아 의회가 법안을 최종 통과하면 유럽연합(EU)에서 5번째로 조력 자살을 합법화한 국가가 된다. 한국에서는 제한적인 존엄사가 가능하지만 조력 자살은 처벌 대상이다. 최근 관련 판결도 있었다.

25일(현지시간) 도이치벨레(DW)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의회는 정부의 조력 자살 합법화 발의안에 합의했다. 전날 정부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또는 말기에 있는 환자들이 조력 자살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에는 조력 자살의 허용 조건이 명시됐다. 환자는 의사 2명으로부터 조력 자살 의지가 본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증명을 받아야 한다. 또 조력 자살 전 12주간의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한다. 다만 환자의 고통 정도가 심하거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 기간은 2주로 단축될 수 있다. 미성년자는 조력 자살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유의지' 따른 조력 자살 금지는 위헌"

정부의 발의는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조력 자살을 금지하는 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조력 자살이 외부 개입 없이 자유의사와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면 존중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조력 자살과 안락사 등을 합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스페인이 EU 국가 중 4번째로 조력 자살과 안락사를 허용했다. 앞서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가 조력 자살을 허용한 바 있다. 영국에서도 오는 29일 조력 자살의 합법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다. 독일 헌재 역시 조력 자살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독일 공영 ARD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가 "심각한 불치병을 앓고 있다면 조력 자살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6월 프랑스 남성 A씨는 안락사와 조력 자살을 금지하는 모국을 떠나 스위스에서 사망했다. 그는 동맥 벽이 붙는 병을 앓고 있었는데 안락사 금지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처방받은 알약을 먹은 뒤 세상을 등졌으며, 사망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조력자살 절차를 거쳐 행해진 나의 존엄한 죽음을 알리고 싶다"는 공개편지를 남겼다. 지난해 그는 대통령을 향해 '(사망에 이를) 약을 처방받게 해달라'고 한 바 있다.

지난 2018년엔 호주의 104세 최장수 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역시 안락사를 금지하는 모국을 떠나 스위스에서 사망했다. 스위스에선 불치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상당 기간 조력 자살을 원한다는 의향을 밝히면 안락사를 요구할 수 있다.

가톨릭계는 조력자살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난해 9월 로마 교황청은 신앙 교리가 담긴 서한에서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살인 행위로 규정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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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택한 104세 호주 최장수 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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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조력 자살 차이는? 한국에선 '촉탁살인죄'

한국에서는 안락사와 존엄사라는 단어가 더 널리 쓰인다. 안락사(euthanasia)는 의사가 의도적으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진정제 투여 등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죽음을 앞당기는 경우를 '적극적 안락사', 이미 죽음에 가까워진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라 부르는데 여기에서 소극적 안락사가 '존엄사'에 가깝다.

서구권에서는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 또는 '조력 죽음(assisted dying)'이란 단어가 쓰인다. 조력 자살은 죽음을 원하는 개인이 의사에게 약물 처방 또는 안내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 오리건 주 등 5개주와 영국 등에선 '조력 죽음'이라는 용어로 그 의미를 구분하고 있다. '도움 받아 죽는다'는 뜻을 가진 단어여서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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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합법화에 반대하는 포르투갈 시민 단체의 시위/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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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선 2009년 대법원의 '김할머니 사건' 판결에 따라 법률에 의한 제한적 존엄사가 인정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연명 치료가 무의미하고 환자의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의 존엄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안락사와 조력 자살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명 '촉탁살인'(형법 제252조-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등) 죄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의사가 환자의 촉탁을 받고 약물투여로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도움을 줘서 죽게 하는 것은 형법 위반이다. 지난 22일에는 암 투병 등으로 고통 받던 20년 지기 친구의 부탁을 받고 살해한 40대 여성이 촉탁살인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저지른 것이기는 하나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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