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핵심 인물 숨지고, 독성 검사 엇갈려…수사 난항 속 "독극물 구매 경위 확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서울 서초경찰서.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회사에서 발생한 이른바 ‘생수병 사건’ 피의자가 사전에 인터넷으로 독극물을 구매한 사실을 경찰이 확인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혐의도 살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5일 피의자 강모(30대 남성)씨가 지난달 말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이번 사건에 사용된 독성물질인 아지드화나트륨을 구매한 경위를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는 소속기관 등록을 해야 물품을 살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며 “피의자는 자신의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으로 소속기관 등록을 한 후 물질을 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씨에게 적용한 혐의를 특수상해에서 살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었던 이 회사의 남녀 직원 중 남성 직원 A씨가 사건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25일 부검을 했다.

중앙일보

최관호 서울경찰청장.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핵심 인물 숨지고, 독성 검사 결과 엇갈려…수사 난항



경찰은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강씨는 사건 이튿날 자택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고, A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관계자 진술만 갖고 ‘이게 동기다’라고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관계자 조사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특별히 남긴 글도 없어 보다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인 여성 직원 B씨의 혈액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B씨는 사건 당일 물을 마신 뒤 쓰러졌다가 곧 의식을 회복했다. 반면 숨진 A씨의 혈액에선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고, 강씨의 집에서도 아지드화나트륨을 비롯한 여러 독극물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거의 먹지 않은 수준으로 극소량만 섭취한 게 아닐까 싶다”라며 “그러니 병원에서도 금방 퇴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품이나 화학물질은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지난 21일 오후 4시쯤 ‘생수병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회사 모습. 직원들은 재택근무 중이고 사무실 문은 닫혀 있다. 김지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극물 불검출, 복합 공격 혹은 물질 기화 가능성”



B씨의 혈액에서 독극물이 불검출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분석을 내놨다. 남윤성 의학 박사는 “아지드화나트륨을 이용한 단일 공격이 아니라 다른 물질을 함께 활용한 복합 공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럴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한정된 키트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범인이 집에서 미리 아지드화나트륨 생수를 제조한 뒤 회사로 가져와 물을 바꿔치기했다면 여성이 뚜껑을 여는 과정에서 기화된 독성물질을 흡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순간 냄새를 맡고 기절할 수 있지만, 치명상은 아닌 정도인 것”이라며 “분자량이 큰 물질은 용액에 녹으면 물과 같이 기화되기 어렵지만 아지드화나트륨은 유기화합물이나 고분자물질이 아닌 무기화합물이라 기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개연성은 다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맞지 않는 퍼즐을 맞춰가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사건은 피의자 사망에 따라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