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전화 20번 했다" 송영길은 왜 1% 지지율 김동연에 매달릴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정치선언을 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들어오라’고 전화를 한 20번은 하셨을 거다.”

‘새로운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창당 행사 전날 송 대표가 저에게 전화해서 ‘제 전화 이제는 받으실 거죠’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제가 막 웃었다. 제가 한 번 받고 안 받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가 ‘언제 밥이나 하시죠’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송 대표는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새로운물결’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공개 러브콜을 건넸다. 송 대표는 “저는 김 전 부총리님의 책을 다 읽었다”며 “김 전 부총리를 모시고 모스크바에 가면서 대륙 경제와 우리 대한민국이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를 같이 꿈꾸고 공유했다”고 인연을 내세웠다.

김 전 부총리를 향한 송 대표의 적극적인 구애를 두고 민주당에선 “차기 대선 승리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송 대표가 본격적으로 ‘김동연 끌어안기’에 나선 것”(서울권 중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부총리를 돕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창당 선언 후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에게서도 ‘밥 한 끼 하자’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 지지율’ 김동연 왜 껴안나



지난 8월 20일 이미 대선 도전 선언을 했지만 김 전 부총리의 정치적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25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여론조사에서 김 전 부총리의 지지율은 1.1%(이재명·윤석열 등 다자대결 시)에 그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8%)에도 못 미친 5위였다.

중앙일보

2018년 8월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광역지자체장 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 셋째)와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양승조 충남지사.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구애에 적극적인 건 김 전 부총리의 잠재력 때문이다. 충청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지 후보 선택을 유보한 중도층이 15~20% 정도인데 그중 5%만 김 전 부총리를 지지해도 앞으로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면 윤석열 혹은 홍준표 대 이재명의 네거티브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양쪽 모두에 맘을 주지 못하는 중도층이 더 부풀어 오를 것”이라며 “김 전 부총리가 2002년의 정몽준이나 2012년의 안철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고 말했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YTN 여론조사에서 ‘중도 성향’ 응답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28.5%로 국민의힘(43.5%)에 15%포인트 뒤졌다. 전체 응답자 중 양당의 지지율 격차(9.3%포인트)보다 큰 차이다. 진보·개혁 성향을 어필해 온 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재선 의원은 “실행력을 앞세워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온 이 후보가 급격한 변신으로 중도층 안정 욕구를 끌어안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경제관료 출신인 김 전 부총리와의 연대 혹은 단일화는 이런 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세를 하던 중 예정에 없이 깜짝 등장을 한 안철수 전 후보가 자신에 매고 있던 노란 목도리를 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2년 정몽준, 2012년 안철수 될 수도"



여전히 중도층 사이에 의미있는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더 이상 여권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민주당이 김 전 부총리를 포기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김 전 부총리의 존재감은 아직 과거 정몽준·안철수에 비교하긴 어렵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중도층 규합에 도움을 줄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에 속한 한 중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는 김 전 부총리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 등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왔지만 '반(反) 문재인' 노선을 앞세우진 않고 있다. 지난 24일 창당발기인 대회에서도 그는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정치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인사이면서도 정권 교체 여론을 상당히 중화할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박상훈 정치학 박사(정치발전소 학교장)는 “김 전 부총리 영입이 각 정당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무조건적인 중도층 규합이나 통합론은 ‘선거용’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