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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58억 현상금 걸렸던 남미 최대 마약상 밀림에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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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당국, 걸프단 두목 밀림 은신처에서 체포

미국으로 이송 예정…73톤 코카인 밀매 혐의

좌익 및 우익 무장단체 출신…1800명 무장조직원 거느려

메데인 카르텔의 에스코바르 몰락 이후 최대 단속 실적


한겨레

콜롬비아 군경에 의해 23일 오후 체포된 마약 카르텔 걸프단 두목 오토니엘이 보고타로 이송된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콜롬비아 국방부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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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의 두목으로 꼽히는 인물이 콜롬비아 정글에서 체포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24일 콜롬비아 최대 마약 카르텔인 ‘걸프단’(Clan del Golfo)의 두목으로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최우선 수배자인 다이로 안토니오 우수가(50)를 군경 합동 작전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은 500만달러(약 58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오토니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를 쫓고 있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번 세기 들어 콜롬비아 마약 밀매에 가한 최대 타격이다”라고 자찬하는 텔레비전 연설을 했다.

오토니엘은 파나마 접경지대인 콜롬비아 북서부 안티오키아주의 밀림 은신처에서 23일 오후 체포됐다. 작전에는 헬기 22대의 지원을 받은 군경 500여명이 동원됐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졌다. 오토니엘은 은신처를 포위한 군경을 피해 밀림의 덤불을 기어가다 발각됐다. 그는 ‘신원을 밝히라’는 군경을 향해 “진정하라”며 사살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순순히 체포됐다고 당국은 밝혔다. 그가 배를 타고 탈출할 경우를 대비해 해군 함정이 카리브해 앞바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콜롬비아 수사 당국은 2주 전에 그의 소재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제 바르가스 경찰청장은 신호정보 전문가 50여명이 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그의 이동을 추적했고, 이 추적에는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도 협력했다고 밝혔다. 오토니엘은 평소 체포될 것을 두려워해 전화기를 쓰지 않고 인편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또한, 외곽 지역 은신처에 옮겨 다니며 살았고 주거 지역에는 거주하지 않았으나, 추적망을 피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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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오토니엘이 언론 공개를 위한 사진을 찍고 있다. 콜롬비아 국방부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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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니엘의 체포는 1990년대 콜롬비아 최대 마약 카르텔이었던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사살 이후 가장 큰 마약상 단속 실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 적어도 73t의 코카인을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미국 당국에 2009년부터 기소된 상태였다. 오토니엘은 미국 이송에 앞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군 기지에 구금됐다.

안티오키아주 출생인 오토니엘은 콜롬비아의 좌익 반군 조직인 콜롬비아혁명군(Farc) 그리고 우익 민병대인 콜롬비아연합자위군(AUC) 양쪽 모두에 가담한 이후 마약상이 된 인물이다. 이 무장조직들은 마약 재배와 거래로 자금을 마련해왔다. 특히, 콜롬비아연합자위군 등 우익 민병대는 마약 카르텔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결성돼, 마약 거래를 통해 이권을 챙겨왔다. 2005년에 콜롬비아연합자위군이 해체되자, 오토니엘은 형과 함께 마약 카르텔 우라베뇨스의 두목인 일명 ‘돈 마리오’의 밑에서 일했다. 돈 마리오는 2009년 체포됐다. 오토니엘은 형이 2012년 경찰에 사살당하자 조직을 물려받아 ‘걸프단’으로 성장시켰다. 미국 당국은 콜롬비아의 최대 범죄단체인 걸프단이 “중화기로 무장했고 극히 폭력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걸프단은 콜롬비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마약 및 인신매매, 불법 금 채굴 등의 사업을 벌여왔다. 걸프단은 한때 우익 민병대에서 충원한 약 1800명의 무장조직원들을 거느리며 콜롬비아에서 미국, 러시아까지 가는 마약 밀매로를 장악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 밀려 조직원 수가 급감했고, 남은 조직원들은 밀림에 은신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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