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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中 유엔 가입 50년, 도전 받는 ‘하나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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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유엔 복귀는 세계 인민의 승리”
美, 대만 카드로 작심하고 ‘중국 흔들기’
中 "대만은 성에 불과... 굴욕 자초” 반발
한국일보

1971년 10월 25일 유엔총회 결의 2758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에 복귀한 중국 대표단(아래 사진)이 환호하는 반면 유엔에서 축출된 대만 대표단(위 사진)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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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유일하고 합법적인 중국 대표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다. 유엔과 관련 조직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장제스 정권의 대표를 즉시 추방한다.”
1971년 10월 25일 유엔총회 결의 2758호


이후 꼭 50년이 지났다. 중국은 유엔총회 결의 2758호를 근거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며 대만을 유엔과 국제기구에서 얼씬도 못 하게 쫓아내왔다. 하지만 미국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기류가 달라졌다. 중국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바짝 긴장하면서 미국과 대만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진핑 “유엔 복귀는 세계 인민의 승리”

한국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1일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유엔 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가 간 분쟁은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유엔본부=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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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은 25일 ‘중국 유엔 합법지위 회복 50주년 기념회의’ 연설에서 “결의 2758호를 압도적으로 채택해 유엔에서 중국의 모든 권리를 되찾은 것은 중국 인민의 승리이자 세계 각국 인민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일방주의, 보호주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은 유엔 193개 회원국이 제정해야지 개별국가와 국가집단이 결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의 손발을 묶으려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50년간 30개 분쟁지역에 5만여 명의 평화유지군을 보내고, 유엔 분담금과 별도로 평화발전기금에 1억2,000만 달러(약 1,400억 원)를 지원해왔다.

美, 작심하고 ‘중국 흔들기’

한국일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건국기념일(국경절) 경축식에 참석해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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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포효에 앞서 미국은 고춧가루를 뿌렸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대만과 고위급 협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확대 방안이 논의된 자리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무시한 셈이다.

다만 대만의 유엔 가입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이 반대하면 어림없는 일이다. 대만은 수교국마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7개국이 줄어 15개국으로 쪼그라들었다. 차이 정부가 반중 독립노선을 고집하며 강경책을 구사하다 유탄을 맞았다.

이에 미국은 약한 고리를 공략할 참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관심이 커진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선 거론됐다. 대만은 2009~2016년 WHO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 옵서버로 참석하다 중국의 어깃장에 그마저도 무산된 처지다. 이와 달리 지난해와 올해는 WHA가 열리기 앞서 대만 초청 여부를 놓고 서구국가들과 중국 우방국이 팽팽한 세 대결을 펼쳤다.

中 “굴욕 자초할 것” 반발했지만…

한국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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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국이 국력의 상대적 우위를 잃자 억지로 대만카드를 꺼내 “유엔 결의 2758호에 도전하고 진실을 왜곡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굴욕을 자초할 것”이라며 “대만의 유엔 가입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헛된 제안”라고 깎아 내렸다.

앞서 12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의 하나의 성(省)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유엔 가입 50주년을 앞두고 대만을 둘러싼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논란을 증폭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해지면서 중국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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