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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디즈니플러스, 11월 한반도 상륙…OTT 시장 지각변동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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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콘텐츠 공룡 월트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Disney+)가 다음 달 12일 국내 상륙한다. 5년 전쯤 등장했다면 일개 스트리밍 서비스 추가에 불과했겠지만 앞서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장악하면서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기대감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1억2000만 구독자 거느린 디즈니플러스 한국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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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의 기록적인 성공에 자극받아 지난 2019년 미국에서 론칭했다. 7500편 이상 TV 시리즈와 500편 이상 영화, 디즈니플러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을 무기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16개월 만에 구독자 1억명을 돌파해 '5년 내 구독자 6000만~9000만명'이었던 당초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넷플릭스가 1억명을 달성하는 데 거의 10년 이상 걸렸던 것과는 비할 수 없이 빠른 속도다.

이런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디즈니가 세계 최고 콘텐츠 제작사이자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 겨울왕국, 주토피아, 백설공주 등 명작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월트 디즈니'와 소울, 월-E의 '픽사',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블', 스타워즈, 엑스맨, 아바타, 타이타닉 등의 '20세기 폭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콘텐츠도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국내에서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스타 등 6개 브랜드 콘텐츠를 선보인다. 총 1만6000회차 분량의 영화, TV 프로그램이다. '스타' 브랜드에서는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와 ABC, 20세기 텔레비전, 20세기 스튜디오,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 다양한 장르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선구자인 넷플릭스가 닦아 놓은 길을 디즈니플러스는 비교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IP를 연료 삼아 쾌속 질주할 분위기다.

◇넷플릭스의 반격,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넷플릭스는 무서운 기세로 턱밑까지 쫓아온 디즈니의 콘텐츠 파워를 여실히 느꼈다. OTT 운영은 한참 선배 격이지만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100년 가까이 후배인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필사적인 투자를 시작한 이유다.

넷플릭스 투자는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K-콘텐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탁월한 제작 실력을 갖췄음에도 방송사 외주 제작에만 힘겹게 매달려야 했던 국내 프로덕션에 넷플릭스 투자가 유입되면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실험적인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여졌다. '킹덤' 시리즈나 '승리호' 같은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K-콘텐츠 위상을 점차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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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D.P'로 시동이 걸린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메가 히트를 쳤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1위 달성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소개된 추억의 놀이 전파 등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내에서 단순히 인기만 견인한 게 아니라 넷플릭스 신규 구독자 유입과 주가도 이끌었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유료 가입자가 438만명 증가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7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4억50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오징어 게임이 다른 콘텐츠보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용을 들였음에도 대박을 친 결과로 분석된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투자한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한 사례가 됐다. 최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대형 기술주 주가가 대부분 하락하고 있을 때도 넷플릭스는 오히려 3% 이상 상승했다.

이렇듯 디즈니플러스의 넷플릭스에 대한 위협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K-콘텐츠 위상을 높이는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런 넷플릭스 '대박쇼'에 디즈니플러스도 맞불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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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지수와 정해인 출연의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설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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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디즈니플러스 국내 공식 론칭 일정과 향후 전략을 발표하면서 한국 콘텐츠 파트너사와 많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공개될 20여개 아시아·태평양 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상당수가 한국 작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기 예능 런닝맨의 최초 공식 스핀오프 '런닝맨:뛰는 놈 위에 노는 놈', 웹툰 원작의 액션 히어로 스릴러 '무빙', 걸그룹 블랙핑크의 다큐멘터리 '블랙핑크:더 무비' 등이 그것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나라가 된 한국에서 디즈니플러스가 어떤 킬러 콘텐츠로 넷플릭스 아성에 도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큰 볼거리 중 하나다.

◇토종 OTT 대응은

구독자 입장에서는 볼만한 경쟁구도가 되겠지만 토종 OTT 서비스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넷플릭스에 잠식된 시장 틈새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국에 디즈니플러스라는 공룡이 추가된 탓이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하면서 여러 OTT에 뿌려져 있던 자사 콘텐츠를 모두 수거한 바 있다.

웨이브, 티빙, 시즌 등 토종 OTT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콘텐츠 투자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확보와 제휴 전략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웨이브는 첫 단독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 공개를 시작으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트레이서' 등 오리지널 드라마·TV시네마·예능 콘텐츠를 최소 5편 이상 공개한다.

또 HBO 독점계약에 이어 NBC유니버설 '피콕 오리지널 시리즈' 독점 계약 등 해외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모회사인 SK텔레콤 구독 서비스 'T우주' 패키지 상품에 '웨이브'를 포함시켜 구독자 확보에 나섰다.

티빙 역시 '여고추리반' '신서유기 스폐셜 스프링캠프' '환승연애' 등 오리지널 예능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으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제휴 전략 효과로 유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또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을 160여개국에 서비스한 것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도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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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의 오리지널 콘텐츠 어나더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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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에서 분사한 OTT '시즌' 역시 하반기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를 본다. 이달 나홍진 감독의 공포 영화 '랑종'을 독점 공개하고 이달 말에는 시즌이 기획·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어나더 레코드'를 선보인다. 이밖에도 올레tv와 제작한 '크라임 퍼즐', 오리지널 웹드라마 '파트타임 멜로' 등 방영을 준비 중이다.

◇손 잡거나 맞서 싸우거나…통신사 제휴

OTT 기업과 마찬가지로 초긴장 상태인 업계가 또 있다. 바로 통신업계다. 디즈니플러스라는 거대한 제휴 채널을 통해 가입자를 끌어올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먼저 미소를 짓는 기업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26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IPTV, 모바일 제휴를 위한 국내 독점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오는 11월부터 IPTV·모바일과 케이블TV 서비스를 통해 디즈니플러스를 시청할 수 있게 한다. 11월 본격 서비스에 앞서 디즈니플러스 제휴 요금제를 내놓으며 디즈니플러스 전용 리모컨을 제작, LG유플러스 서비스와 디즈니플러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다음은 KT다. KT는 셋톱박스가 디즈니의 조건과 맞지 않는 부분 등 다소 문제가 있어 IPTV를 제외한 모바일 계약만 진행했다. KT는 디즈니플러스 론칭일에 맞춰 신규 무선 요금제를 선보인다. 디즈니플러스 제휴 요금제에 가입하는 KT 무선 고객은 5G 데이터 무제한 혜택과 함께 디즈니플러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가 없는 경쟁자의 길을 선택했다. 국내 OTT 2위 플랫폼인 웨이브에 투자를 확대한다.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장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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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친(親) 디즈니 국가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1390만명 관객으로 한국 영화 흥행 역대 5위에 랭크돼 있으며 6위 '겨울왕국2(1370만명)', 7위 '아바타(1348만명)'로 10위 안에만 디즈니 계열 영화가 세 작품이나 존재한다. 1000만 관객 이상 영화도 7편이나 될 만큼 한국에서 디즈니 위상과 충성도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OTT 시장은 또 다르다. 위 작품들은 엄청나게 성공했지만 그만큼 대다수가 이미 관람했다는 말과 같다. 넷플릭스가 신규 콘텐츠를 꾸준하게 내고 있고 이용자가 이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디즈니는 지켜봐 왔다.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사의 과거 콘텐츠는 물론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도 높은 퀄리티로 꾸준히 많이 배출해야 한다.

OTT 시장은 승자 독식의 세계다. 구독형 서비스는 파이 싸움이기에 누가 더 좋은 콘텐츠를 보유해 상대를 도태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을 수는 없는 법. 과연 한국에서 그리고 나아가 세계의 OTT 정점에 서는 것은 누구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호기자 dlghca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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