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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대장동 업자’도 얕잡아 보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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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에 체포했다 석방…

피의자 압도해야 할 수사팀, 수사 대상에 주도권 내준 양상

유동규 배임 기소 못 한 것도 김오수 검찰의 자기모순

수사만큼은 정치성 배제해야

조선일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0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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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의 ‘몸통’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가장 당황했던 사람을 꼽으라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아니라 김씨 본인이었을 것이다. 김씨는 ‘구속은 피하기 어렵겠다. 차라리 빨리 구치소에 들어가서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정으로 지난 11일 중앙지검에 첫 출두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대통령의 “신속 수사” 한마디에 소신 없는 검사들이 설익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사흘 만에 기각당했다. 김씨를 구치소에 가둬 방어권을 제약하기엔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피의자 쪽에서 할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씨 주변에선 “골인(구속)도 한 번에 못 시키나. 더 피곤해졌다”는 말이 나왔다.

이 의혹에서 또 한 명의 ‘몸통’은 남욱 변호사다.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로 배당금만 1000억원을 챙긴 그는 강남 노른자위에 부동산을 사놓고 일찌감치 미국으로 피신했다가 18일 귀국했다. 남 변호사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압송될 때까지만 해도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지만 수사팀은 체포 시한(48시간)에 맞춰 그를 풀어줬다.

매일 출퇴근 조사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는 따라붙는 기자들에게 “어제 한마디 했다가 검사님한테 엄청 혼났다. 농담이다”라고 할 정도로 여유를 부렸다. 이를 본 특수통 출신 법조인은 “수사팀이 남욱의 기를 꺾어 놓지 못한 것”이라며 “남욱에게 끌려가게 생겼다”고 했다. 이 순간 수사 대상자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수사팀이어야 하는데 남 변호사는 이미 수사팀엔 수사 의지가 없다는 걸 간파했다는 것이다. 검찰청 주변에선 남욱과 수사팀이 ‘딜(거래)’을 했고, 입국도 ‘기획’된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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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10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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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 검찰도 정권 뜻을 헤아려 사건을 말아 먹는 일을 종종 했지만 이번 대장동 수사에 발견되는 허점과 자기모순은 너무 노골적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전방위 압수 수색하면서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는 쏙 뺐다가 지금까지도 욕을 먹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의식한 ‘봐주기 수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2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뇌물 8억원 수수’뿐 아니라 ‘수천억 원대 배임’ 혐의도 적시했다. 당시 분위기상 뇌물 수수로도 유동규씨 영장은 발부됐을 공산이 큰데 굳이 ‘배임’까지 넣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동규 배임’ 적시는 이 수사가 이재명 지사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서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유동규 구속 등 검찰의 초기 대장동 수사는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의 후반부와 맞물려 있었다. 검찰이 대장동 수사에 뛰어든 배경에는 대선 후보 선출을 둘러싼 여권의 내부 갈등과 요구가 작용한 걸로 안다.” 이어 그는 “그때는 검찰이 어느 한쪽에 기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경기지사로 확정되면서 검찰 수뇌부가 움직일 방향도 뻔해졌다”고도 했다.

수사팀은 21일 유씨를 기소하면서 결국 ‘배임’을 제외했다. 수사팀은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김오수 총장이 ‘월성 원전’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으로 시간 끌면서 백운규 전 장관을 ‘배임 교사’로 기소할 수 없게 만든 상황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유동규씨를 상대로 20일 가까이 배임 빼고 뇌물 혐의 조사만 했다는 것도 그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또한 배임 부분이나 계좌 추적은 송철호 울산시장 사위인 김영준 부부장 검사 등이 수사팀 내부에 ‘벽’을 쳐놓고 주도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배임 기소가 법리상 어려운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김오수 검찰’이 지금까지 대장동 수사에서 노출한 ‘정치성’과 ‘무능함’은 역대급이다. 앞으로 배임 수사마저 유야무야된다면 검찰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 수 있다. 게다가 이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끼어드는지를 주시하는 눈은 검찰 조직 내부에도 꽤 많다. 실제 게이트 사건을 컨트롤하려던 검찰 간부가 나중에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된 과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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