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도원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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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지면 제일 먼저 방이 지저분해진다. ‘내일은 꼭 청소해야지’ 하고 생각한 게 오늘로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옷가지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책상 위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에너지 드링크 캔이 한가득이다. 마지막으로 청소기를 돌린 건 언제였더라. 얼기설기 쌓여 있는 책더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하다. 방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온다.
방을 이대로 둔다면 점점 무기력해지기만 할 공산이 크다. 흐트러진 리듬을 끊어내려면 기운을 내고 일어나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 방 청소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누군가는 청소할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저분한 방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기력을 빼앗아간다. 나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책상 정리부터 해야 하는 사람들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청소는 명상에 가까운 행위다. 어지러운 공간을 정돈하며 낡은 리듬과 작별하는 한편,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바쁜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런 일은 예전에도 수다하게 있었다. 우울감에 빠져 늘어져 있다고 바뀔 건 아무것도 없다. 일이 밀렸다면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잘해내지 못하면 또 어떤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방 청소를 통해 새로운 출발선을 그어봐야겠다. 잃어버린 리듬은 청소기 소리와 함께 돌아올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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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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