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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일사일언] 바쁘다면 방 청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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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를 놓쳐버린 춤처럼 일상이 어그러져 버렸다. 나는 대책 없이 쌓여 가는 일을 바라만 보고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 각종 대학원 입시 시험을 준비해야 하며, 무엇보다 회사원으로서 일도 해야 한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해치우고는 있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머리는 돌아가지 않고, 시간은 인정사정없이 흘러간다. 먼 타국에서 친구가 놀러 왔지만 너무 바빠 메시지 답장조차 제때 해주지 못한다. 요즘 나는 좋은 친구도, 좋은 학생도, 좋은 일꾼도 아닌 것 같다.

조선일보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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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지면 제일 먼저 방이 지저분해진다. ‘내일은 꼭 청소해야지’ 하고 생각한 게 오늘로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옷가지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책상 위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에너지 드링크 캔이 한가득이다. 마지막으로 청소기를 돌린 건 언제였더라. 얼기설기 쌓여 있는 책더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하다. 방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온다.

방을 이대로 둔다면 점점 무기력해지기만 할 공산이 크다. 흐트러진 리듬을 끊어내려면 기운을 내고 일어나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 방 청소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누군가는 청소할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저분한 방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기력을 빼앗아간다. 나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책상 정리부터 해야 하는 사람들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청소는 명상에 가까운 행위다. 어지러운 공간을 정돈하며 낡은 리듬과 작별하는 한편,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바쁜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런 일은 예전에도 수다하게 있었다. 우울감에 빠져 늘어져 있다고 바뀔 건 아무것도 없다. 일이 밀렸다면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잘해내지 못하면 또 어떤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방 청소를 통해 새로운 출발선을 그어봐야겠다. 잃어버린 리듬은 청소기 소리와 함께 돌아올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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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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