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아세안 의장국' 캄보디아도 등 돌릴 듯
비비안 발라크리쉬난(오른쪽)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20일 데릭 콜렛 미국 국무부 특별보좌관(차관급)과 회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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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미얀마 쿠데타 군부 앞에 새로운 외교적 변수들이 연이어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군부의 얼마 남지 않은 '돈줄'을 옥죄려 하는가 하면, 그동안 우군 역할을 해 왔던 캄보디아도 등을 돌릴 조짐이다. 특히 차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이기도 한 캄보디아의 태도 변화는 미얀마 군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쿠데타 초기만 해도 "외세에 견디는 방법을 안다"고 자신했던 군부는 급변한 기류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4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20일 데릭 콜렛 미국 국무부 특별보좌관(차관급)과 회동을 갖고 미얀마 군부의 해외 금융자산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 방식을 논의했다. 현재 양국의 1순위 제재 카드는 군부의 마지막 외화 수입원으로 지목된 싱가포르 투자 기업들의 자금 이동을 동결시키는 것이다. 프랑스와 일본, 한국 등 주요 현지 투자 에너지 회사들의 릴레이 철수로 위기를 맞은 군부는 싱가포르마저 철수할 경우, 심각한 자금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미얀마 양곤의 골든시티 단지 개발권을 따낸 '이머징 타운스 앤 시티스(ETC)' 등 싱가포르 기업들은 쿠데타 이후에도 수백만 달러의 토지이용대금 등을 군부에 지급해 왔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는 최근 ETC 등 미얀마 투자 기업들의 감사를 위한 내부 법률 검토를 진행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콜렛 특별보좌관은 "군부와 연결된 싱가포르 기업들의 역할을 제거하는 것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양국은 이를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아세안 의장국에 오를 예정인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 프놈펜포스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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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이탈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캄보디아는 태국·라오스·베트남과 함께 군부를 지지해 온 우방이자, 내년 아세안 의장 자리를 맡을 국가다. 하지만 프락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날 "캄보디아는 미얀마의 복잡한 사태 해결을 위해 (의장국이 된 뒤) 아세안의 단합과 중앙집권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26~28일 개최될 아세안 정상회의에 군부 수장의 참석을 불허한 결정에 동의한 데 이어, 현 아세안의 '내정불간섭 원칙 파기' 기조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캄보디아의 변화는 '형님 국가' 중국의 '미얀마 투 트랙 전략'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지난 8월까지 미얀마 군부의 '외교적 뒷배'를 자처했다. 그러나 현지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지난달 미얀마 문민정부를 이끌었던 '민주주의민족동맹' 측 인사들을 공산당 행사에 초청하는 등 접촉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미얀마 해안선에서 자국으로 이어지는 송유선 보호가 최우선인 중국은 최근 군부에 잇따라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수세에 몰린 군부는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과의 물밑 접촉 강화에 나섰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군부가 '저항 세력과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싱가포르 뒤의 '미국' 및 캄보디아를 조정하는 '중국' 등을 설득하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라고 전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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