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종= 저자는 기억 속에서 슬픔의 연음(連音)을 반복한다. 조심스럽고 넓게 이 세계의 습기를 예민하게 어루만진다. 내면의 물관을 관통한 물기는 단정한 언어로 뿌리를 지키는 넓은 그늘을 드리운다. 슬픔의 웅덩이에서 슬픔을 천천히 감아 내었다가 한 올씩 풀어낸다. 느린 연주 또는 변주. 끊임없이 잇는다는 측면에서 '리에종'이기도 하다.
"순록들의 뿔을 자르는 소리/또 다른 겨울을 부르는 소리/순록 사냥꾼들은 그때 한 번, 일 년에 열두 번/뻣뻣한 자신의 목을 숙인다/라플란드로 향하는 야간열차/간절기 차창 밖으로 피어오르는 오로라/나의 뻣뻣한 목을 목각 인형처럼 흔들며/간절기마다 사라지는 순록들의 뿔을 생각한다/오직 극과 극의 경계에서만 볼 수 있는/계절의 경계에서 피어오르는 오로라/나와 순록 사냥꾼들 사이의 경계에/과연 오로라는 있을까?"
(이원복 지음/파란시선)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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