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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남학생이 무슨 생각 하겠나”… 독서실서 경고 먹은 레깅스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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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문제’ 기고문에 2019년 美대학서도 시위

전문가 “단속 대상은 ‘보는 행위’여야”

조선일보

레깅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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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남학생들이 있다는 이유로 독서실 주인으로부터 “레깅스를 입고 오지 말라”고 주의를 받은 한 네티즌의 사연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레깅스는 몸매가 드러나 민망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레깅스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신을 20세 재수생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지난 21일 네이트판에 “독서실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옷이 민망하니 다른 것을 입고 다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레깅스에 후드티나 골반을 덮는 긴 맨투맨 티를 입고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헬스장에 간다”며 “독서실에 먼저 들르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에서 옷을 대여해주지 않는다”고 평소 레깅스를 입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독서실 아주머니는 A씨에게 “사춘기 남학생들도 왔다 갔다 하는데 아가씨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나, 조심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도대체 레깅스가 야한 옷도 아니고 조신하게 잘 다니는데 제가 이상한 거냐”며 “사춘기 남학생들과 레깅스는 무슨 관계인가?”라고 글을 썼다. A씨는 독서실 주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사진을 함께 공개하며 환불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사연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레깅스 착용’을 둘러싼 토론이 펼쳐졌다. 레깅스의 성적 대상화를 불쾌해하는 네티즌들은 “남이 무엇을 입고 다니든 무슨 상관이냐” “사춘기 남학생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어두운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자주 입는데 예민하다” “레깅스를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반면 “여고생이 많은 독서실에 성인 남성이 쫄쫄이를 입고 돌아다닌다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실제로 보면 민망하다” “학생 이용시설이니 학부모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지 않나” 등의 의견을 내며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학업 공간에서의 레깅스 착용’은 미국에서도 한차례 뜨거운 이슈였다. 2019년 인디애나주의 노트르담 대학 신문에는 ‘레깅스 문제’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4명의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매리언 화이트는 기고문에서 “대학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했는데 앞에 레깅스 차림의 여성이 앉았다”며 “젊은 남성들이 이를 무시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나. 레깅스 유행이 지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노트르담대 학생들은 ‘레깅스 프라이데이’를 지정하고 시위를 열며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를 주장했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은 “화이트의 편지는 여성이 입는 옷이 남성의 잘못된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암시를 준다”고 했다. 이 시위에는 약 1200명의 학생이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깅스 입은 여성이 아니라 부적절한 관음 행위가 문제”

조선일보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김선호(왼쪽)이 레깅스를 입은 신민아를 설득하는 장면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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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22일 조선닷컴에 “1980~90년대에도 ‘대학 도서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오지말라’며 남자 복학생 선배가 여학생을 꾸짖는 경우가 있었다. 참 오래된 이야기다”며 “당시에도 ‘공부 공간은 왜 금욕적이어야 하는가’부터 ‘왜 공부하는 주체는 남성이고 객체는 여성인가’ 등의 논쟁이 있었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현상이 아니다. 여성에게만 주의사항을 부과하려는 우리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레깅스 갈등이 등장했는데, 이 갈등을 푸는 서사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장면은 극중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신민아에게 김선호가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다. 서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교정의 대상은 항상 여성이다. 왜 복장에 대해 품평을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은 하지 않는가’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황 평론가는 “여성을 보고 품평을 하는 것도 상식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는 여성을 관음의 대상으로 사유하고 무엇을 입든 성적 함의를 갖고 확대해석한다”고 했다. 이어 “레깅스를 단속하는 게 아니라 레깅스를 부적절하게 보는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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