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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王자 보다 龍자 좋다? 이재명 원희룡 입주한 이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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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포커스 ◆

매일경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 자와 천공스승 논란이 터지자 같은 당 홍준표 후보는 "부적 후보를 포기하라"고 핀잔을 줬다. 그러나 선거에 뛰어든 정치인들은 본인 뜻이든 주변 참모 뜻이든 캠프 터를 정하고 거사를 도모하는 기일을 정할 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심리가 강하다고 한다. 여의도에 위치한 용산(龍山)빌딩은 선거철마다 인기가 뜨겁다. 정치권에선 역대 대통령 당선자 측 캠프가 들어섰던 입지를 명당으로 친다. 용산빌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캠프로 사용해 '여의도 명당'이란 별명을 얻었다. 풍수지리학에서 용(龍)은 왕 내지는 권력을 상징하는데 용 주변에는 여의도처럼 물(水)이 있으면 하늘로 승천하는 길조로 해석된다. 물론 국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리적 위치도 빼놓을 수 없다. 국회의사당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빌딩은 통으로 빌릴 수 있는 공간이 넓은 곳인 데다 이름에 '용'자가 들어가 있어 캠프에 알게 모르게 정치권 프리미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 빌딩 8층, 11층, 13층을 대선 캠프로 사용하기 위해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10층엔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원희룡 후보 캠프도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정가에서 꼭 풍수지리나 성명학을 믿어서 따른다기보다는 중요 터나 일자를 정할 땐 지리적 적합성이 있다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후문이다.

비단 정치인들뿐만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청와대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주변 청운동·통인동·효자동 일대에도 줄잡아 40~50곳의 역술관·점집 등이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직접 찾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철만 되면 고관대작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 1번지 종로와 가까워 제법 영향력 있는 정치인과 주변인들 발길도 심심치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찾는 철학관이 이 일대에 위치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안팎을 기점으로 이 일대가 데이트 코스로 바뀌면서 대부분 '타로·별자리점' 등 젊은 층이 찾는 가벼운 수준의 점집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효자동에 위치한 그라티아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최근 5~10년 서촌이 개발되고 상권이 발달하면서 줄잡아 절반 정도는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치철은 정치철이라 아직 남아 있는 곳엔 "어느 곳에 줄을 서야 하느냐"는 문의가 꾸준한 곳도 있다. 통인동 원상연구소 관계자는 "몇 달 전에도 이재명이냐 이낙연이냐 여당 경선 후보를 묻는 경우가 있었다"며 "결과를 맞히기는 했는데 이런 운세에 의존하지는 말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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