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최상의 교육 콘텐츠를 더 많은 학생에게 더 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에듀테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비대면 교육이 상수가 된 ‘위드 코로나’ 시대는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에듀테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다.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은 무엇인가. 왜 기술만으로 교실을 바꿀 수 없을까. 신저 '언택트 교육의 미래'는 팬데믹 이후 대두된 혁신적 교육기술에 대한 MIT 교수의 명쾌한 평가보고서다. 에듀테크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기대와 매혹을 바로잡는다.
팬데믹과 함께 대비할 틈 없이 교실로 밀어닥친 ‘에듀테크’의 물결은 기대와 달리 유례없는 학력 격차라는 우려스러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교육과 기술이 결합하는 흐름은 막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코로나19 이후 줌(ZOOM) 등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이제 에듀테크의 맹점들을 스스로 숙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 세계 교육현장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계 종사자들과 직접 대화하며 교육기술의 성과와 한계를 깊이 연구해온 MIT 티칭시스템랩 소장 저스틴 라이시가 전하는 도움말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저스틴 라이시는 교육 ‘혁신’에 쏟아지는 대중의 기대와 관심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에듀테크 연구자다. 에듀테크가 맞닥뜨린 딜레마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시도됐던 방법들을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 시스템 연구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펴보고 팬데믹 이후 에듀테크가 시도해봐야 할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충실히 짚어준다. 지난 20여년 간 에듀테크의 역사를 연구한 결과를 명료하게 분석하는 이 책은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교수법과 학습 기술을 선택하고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 10년 동안 ‘기술 낙관주의’가 교육에 대해 요란한 주장을 꾸준히 펼친 결과 사람들은 초등학교 교사 한 명이 여섯 살짜리 학생 20명을 원격으로 동시에 가르치는 ‘대규모 학습’이 가능하다고 믿게됐다. 그러나 저스틴 라이시는 이 책에서 교육의 ‘혁신’이라고 알려진 최신 교육기술이 거둔 성적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는 팬데믹 훨씬 이전인 2012년을 온라인 공개강좌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해’로 지정했고 실리콘밸리 사업가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최빈곤 지역 초등학교와 일류대학에 온라인 공개강좌와 같은 대규모 학습을 실시해왔다. 이제 언택트 교육이 전례 없이 퍼진 지난 십수 년을 돌아보자. 왜 교사는 지칠 대로 지쳐있고 학생은 소외된 걸까.
저자 저스틴 라이시는 국가의 이상과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전 세계에 수준급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기술은 없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온라인 공개강좌인 MOOC 같은 교육기술만 살펴보더라도, 교육 소외계층이 고등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미 자기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고 안정적 재정 상태를 갖춘 학생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연구자들이 불평등을 장기화하고 영구화하는 MOOC의 학습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MOOC를 통한 학습의 맹점에 관해 세상에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에듀테크가 학습 효과를 높일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가 널리 퍼져 있는 지금, 이러한 관점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저스틴 라이시의 연구는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이 책은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을 총망라하며, 그 한계와 성과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2000년대와 2010년,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꿈꾸는 기술 주도적 교육전문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에듀테크 옹호론자들로 '파괴적 혁신'이라는 미사여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1세기 전반 20년 동안 에듀테크 옹호론자들이 약속한 혁신은 대부분 미완으로 끝났고 이에 비판을 제기하는 회의론자들의 풍부한 담론들이 펼쳐졌다. 저스틴 라이시는 에듀테크 옹호론자나 회의론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회의론자의 비판을 수용하는 기술 주도적 교육전문가, 이른바 팅커러(Tinkerer)다. 그는 에듀테크를 통해 교수법과 학습 효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낙관론을 지지하는 한편, 에듀테크에 대한 비현실적인 낙관을 견제해줄 제동 장치로서 회의론자들의 연구와 비판을 수용한다.
왜 기술만으로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을까. 저자는 교육 시스템을 교사, 학생, 가정, 학교 이사회, 지역사회,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상하는 정치적 제도로 본다. 여러 주체가 얽히고설킨 ‘교육 생태계’에서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혁신적 ‘기술’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번에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과거 교육기술이 걸어온 길을 촘촘하게 짚어보고 교육기술이 해결해줄 수 없는 학교의 돌봄 문제, 자동채점 기술이 채점할 수 없는 인문학적 질문들, 에듀테크를 활용할수록 더욱 불거지는 교육 불평등 문제 등 지난 20여 년간 교육기술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그는 결국 기술만으로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지 못하며, 다만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뿐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기술만이 아닌 교육 생태계를 이루는 주체들과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에듀테크에 대한 균형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기존 학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이 책은 에듀테크의 사용을 주도하는 주체들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