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리들리 스콧 사극 '라스트 듀얼' 주연
성폭행 피해 호소한 중세 귀부인 실화 연기
스콧과 또 차기작…나폴레옹 연인 조세핀 역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서 친구에서 원수 사이가 된 자크(아담 드라이버, 왼쪽)와 장(맷 데이먼). 이들의 갈등은 장의 아내 마르그리트가 당한 사건으로 절정에 이른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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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BBC 아메리카)의 사이코패스 킬러 역으로 급부상한 영국 배우 조디 코머(28)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사극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20일 개봉)에서 중세판 ‘미투’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맡은 14세기 프랑스 귀족부인 마르그리트는 남편 장(맷 데이먼)이 성을 비운 사이 장의 친구이자 라이벌 자크(아담 드라이버)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마르그리트는 피해 사실을 침묵하지 않고 만천하에 알린다. 실제 프랑스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 토대다. 사회적 권리 없이 남성의 소유물처럼 치부됐던 당시 여성에겐 목숨 건 용기였다.
영화는 이 사건을 장과 자크, 마르그리트가 얼마나 다른 ‘관점’으로 겪었는지 세 사람의 시선을 각각 담은 3장 구성으로 펼쳐낸다. 배우 맷 데이먼, 벤 애플렉이 각본 데뷔작 ‘굿 윌 헌팅’ 이후 25년 만에 시나리오를 함께 쓰고 제작과 주연을 겸했다. 시나리오 작가 니콜 홀로프세너가 공동 각본에 참여해 여성의 시선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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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귀부인 성폭행 실화…3자 관점 재구성
지난 9일(현지 시간) 화상 간담회로 만난 코머는 “대본을 읽고 영화의 구조와 세 가지 관점, 궁극적으론 하나의 진실을 보여주는 아이디어에 매료됐다. 각 관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도가 대본에 매우 명확히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같은 상황의) 각 버전을 동시에 찍었다”면서 “현장에선 늘 카메라 4~5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작업한 건 처음이었다”고 돌이켰다.
조디 코머가 지난 9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라스트 듀얼'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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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152분 중 2시간이 넘는 1‧2장에서 코머는 남성들의 기존 역사 기록 속에서 묘사된 조신한 중세 여성‘답게’ 숨죽인 채 등장한다. 마르그리트의 진실을 드러내는 마지막 20분에선 180도 다른 존재감을 폭발한다. 코머는 “우리는 (연기를 통해) 어떤 섬세함을 갖고 각 관점을 얼마나 멀리까지 밀어붙일지에 대해 일종의 놀이를 했다”면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그 모든 순간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는 것이 멋졌다”고 말했다.
마르그리트 역에 코머를 캐스팅한 것부터가 반전 결말에 대한 포석이었다. 홀로프세너는 “(영화의 전반부를 보며) 사람들이 왜 조디 코머가 이토록 형편없는 역할을 했는지 궁금해하기를 바랐다”고 제작진의 의도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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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부부의 세계' 여다경…사이코패스 킬러로 스타덤
'킬링 이브'의 두 주인공. 첩보요원 이브(산드라 오, 왼쪽)와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 [사진왓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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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대찬 성미는 타고난 것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말해준다. 고등학교 학예회 때 친구들과 댄스 공연을 준비하던 그는 리허설 불참 문제로 댄스팀에서 쫓겨나자 혼자 독백 공연을 준비해 선보였다. 이를 본 연극 교사가 BBC 라디오 오디션을 제안하며 배우 경력이 시작됐다. 15살 때 ITV 의학 드라마 ‘로얄 투데이’(2008) 한 에피소드에 출연하며 공식 데뷔했다. 이후 TV 드라마의 개성 강한 캐릭터를 도맡았다. 2008년 드라마 ‘부부의 세계’(JTBC)의 영국판 원작에서 주인공 남편의 불륜 상대(한국판의 여다경(한소희)) 캐릭터를 그가 연기했다.
출세작은 한국계 스타 산드라 오와 공동 주연한 드라마 ‘킬링 이브’다. 사악한 유머 감각을 지닌 러시아계 킬러 ‘빌라넬’ 역을 맡아 괴팍한 매력과 노련한 액션연기로 2019년 시즌1으로 에미상‧영국아카데미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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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코머의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해 SF 블록버스터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주인공 레이 엄마 역으로 할리우드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지난 8월 개봉한 디즈니의 게임 소재 판타지 영화 ‘프리 가이’에서 할리우드 작품 첫 주연을 맡아 로맨스‧액션을 넘나드는 절묘한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 제작을 겸한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개봉 당시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에서 “조디 코머는 장면에 따라 본인이 알아서 ‘기어’를 바꾼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차기작 ‘킷백’에서 코머를 또다시 기용했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관계를 재조명한 영화로 영화 ‘글래디에이터’ 이후 20여년 만에 스콧 감독과 뭉친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을, 코머가 그 아내 조세핀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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