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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고신용자 거절, 금리 역전…막무가내 규제에 난장판 된 대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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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김상준 기자, 김남이 기자]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정부가 막무가내식으로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 대출 시장에서 상식과 시장논리가 무너졌다. 무리하게 '증가율 목표'를 맞추려다 보니 금리, 한도가 역전되고 신용이 좋은 사람이 신용대출을 못 받는 등 황당한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모든 금융사에 연간 대출 증가율을 5~6%로 맞출 것을 주문한 부작용이 점증했다.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 실수요자의 처지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인 증가율 목표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회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은행마다 특정 대출을 팔지 않는다. 대출 규제에 민심이 급격히 악화하자 최근 전세자금대출은 예외로 하겠다며 땜질 처방을 내놓았지만 전세대출을 내주는 만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은 좀더 조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금리와 한도가 역전되는 등 시장질서가 헝클어진 것이 가장 큰 폐단이다. 통상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삼기에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매겨졌으나 계속된 규제로 금리가 뒤바뀌었다.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규제 1순위로 꼽힌 탓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금리를 보면 신규코픽스를 기준 삼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346~4.67%, 신용대출의 경우 연 3.18~4.45% 수준이다. 한도 역전도 발생했다. 주택 매매 가격이 전셋값보다 비싸기에 주담대 한도가 전세자금대출 한도보다 많이 나오는 게 상식적이지만 몇몇 시중은행에선 1인당 대출액 규모가 주담대보다 전세대출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총량규제의 폐해로 액수가 큰 고신용자 대출을 손보다 보니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기현상도 벌어진다. 신용대출은 말 그대로 신용을 토대로 대출을 내주는 것이다. 돈 떼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한테 덜 빌려주고 금리를 높게 받아야 하지만 금리역전은 흔한 풍경이 됐다. A은행에서는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의 최저금리가 이날 기준 4.13%인데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상환한 서민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3.27%로 더 낮았다. 신용이 높은 사람이 유리해야 하지만 금리 면에선 불리해진 것이다.

고신용자 대출 자체가 막히는 극단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 신용대출을 팔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취급되는 인기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 등도 줄줄이 막혔다. 대신 서민금융상품 등은 기존대로 열어뒀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일찍이 이달 1일부터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중단했고 이어 지난 8일부터 신용대출 문을 잠갔다. 대신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기존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고신용자들의 불만은 속출한다. 신용등급이 1등급이고 연 수입이 1억5000만원가량인 자영업자 강석우씨(가명·36)는 최근 은행 4곳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신용대출이 어려워서 담보 대출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은행들은 "한도가 다 찼다"는 등의 이유로 강씨를 돌려보냈다. 강씨는 "신용등급 7등급인 누군가는 대출을 받았다고 하던데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총량규제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금은 시장 여건에 따라 흘러가고 나오기 마련인데 그 기본이 안 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시장 자원을 불평등하게 배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신용자 대출 양이 많아 총량 규제의 타깃으로 삼다 보니 빚어진 것인데 고신용자 대출은 리스크가 적어 건전성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했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금융질서를 파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다보니 총량규제라는 급진적인 수단을 썼고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갔으니 부작용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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