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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물가에 놀란 정부, 유류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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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휘발유값 고공 행진에 결국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다음주 중 구체적인 인하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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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가격이 전국 평균은 L당 1700원, 서울은 L당 1800원을 훌쩍 넘어서자 정부가 결국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휘발유·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려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중앙일보 10월18일 1면 참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여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유류세 인하를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높은 유가가 금방 떨어지진 않을 것이고, 국내 휘발유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다”며 “유류세는 확정되기 전에 내용이 나갔을 경우 혼란이 있을 수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하 방침의 발표 시기에 대해서는 “유가가 이미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만큼 다음 주 정도엔 조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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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63% 상승한 배럴당 82.96달러에 마감했다. 연중 최고치다. 특히 겨울을 앞둔 수요 증가와 원화가치 하락(수입 물가는 상승)으로 한국의 ‘체감 유가’는 이미 100달러에 육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 가격 상승분이 국내 제품에 반영되면 물가가 연쇄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휘발유 판매 가격의 절반 이상은 세금이다. 예컨대 10월 둘째 주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인 L당 1687원 중 세금은 약 899원으로 53%다. 국제 유가나 환율 등은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개입 가능한 세금을 줄여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게 유류세 인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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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내리면 기름값 얼마나 빠지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L당 평균 1690원대까지 올랐던 2018년 11월~이듬해 8월 두 번에 걸쳐 각각 15%와 7%씩 유류세를 인하했다. 15% 인하 땐 L당 123원, 7% 인하 땐 L당 58원 안팎 휘발윳값이 내렸다. 하지만 논란도 만만찮다. 우선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석유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유류세 인하는 반대로 유류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수십조원의 돈을 푼 터라 재정 여력도 부족하다. 2018년 유류세 인하 때는 공교롭게도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세수에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가능한 짧은 기간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인하 폭을 놓고는 15%와 10%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 유류세는 30% 이내에서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세율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물가 관리 차원에서 액화천연가스(LNG)·계란 등 90여개 수입품목의 할당관세를 인하 또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중 LNG 수입에 대한 할당관세를 0%로 적용해달라고 기재부에 최근 요청했다. 예컨대 LNG 수입에는 기본 3%, 매년 10월~이듬해 3월엔 2%의 할당관세가 적용되는데, 할당관세가 0%가 되면 더 싸게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할당관세 및 유류세 인하 같은) 업계 건의를 관계부처와 지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 10년 만에 3%대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유류세 및 할당관세 인하만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과 서민 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이번 물가 상승 추세는 외부적 요인이 크기에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크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는 6월만 해도 하반기 물가 안정을 점쳤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놓친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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