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범을 '이슬람과 국가의 영웅'이라고 칭해…논란 전망
아프간 카불에서 경계 활동 중인 탈레반 대원.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의 과도정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자살폭탄 테러범을 예찬해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하아마 통신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시라주딘 하카니 과도정부 내무부 장관은 전날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자폭범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지하드(이슬람 성전)와 자폭범의 희생에 찬사를 보냈다.
하카니 장관은 자폭범을 '이슬람과 국가의 영웅'이라고도 칭했다.
이어 그는 이런 자폭 희생을 위한 열망을 중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유족에게 각 1만아프가니(약 13만원)씩 지급했고 땅 한 구획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탈레반은 첫 통치기(1996∼2001년) 이후 지난 8월 15일 아프간 재장악 직전까지 수없이 많은 자폭 테러를 저질렀다.
지난 8월 초에도 수도 카불에서 차량 자폭 테러 등 아프간 국방부 장관 공관을 겨냥한 공격을 벌이기도 했다.
그간 극단적 테러를 주도한 집단 중 하나가 탈레반 연계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1990년대 후반부터 탈레반과 손을 잡았으며 2017년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트럭 폭탄 테러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카니 장관은 하카니 네트워크를 조직해 반(反)소련 게릴라전을 이끈 잘랄루딘 하카니의 아들이다.
그는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지도자로 유엔(UN)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지정돼있다. 현상금은 1천만달러에 달한다.
8월 3일 탈레반이 공격한 아프간 카불 국방장관 공관. |
이와 관련해 탈레반이 과거 반군 시절에는 자폭 테러를 자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국가를 경영하는 상황에서 장관이 자폭 테러범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카니 장관의 발언은 과격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현지 자폭 테러를 비난하고 있는 탈레반 지도부의 입장과도 맞지 않는 상황이다.
AP통신은 이번 일은 외교 채널을 열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으려는 최근 탈레반의 노력과 충돌한다며 '도발적 태도'라고 평가했다.
앞서 하카니 네트워크 지도부가 지난달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갈등을 빚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바라다르는 미군 철수와 아프간 장악 과정에서 외교의 힘이 컸다고 강조하는 반면 하카니 네트워크 측은 탈레반이 거둔 성과는 군사 활동의 결과라고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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