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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1시간 꼬박 붙들려"…대출 조이기에 유명무실된 '비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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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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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직장인 김유진(41·가명)씨는 대출상담을 위해 최근 회사에서 거리가 있는 A은행을 점심 시간을 이용해 찾았다. 주거래은행에서 비대면 대출이 가능했지만 은행권 대출 중단·한도축소 분위기에 미리 대출신청을 해놓은 타은행을 간 것이다. 창구에서 상담 받고 대출 신청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여 정도. 김 씨는 직원이 사인하라는 서류에 기계적으로 수십번의 서명을 진행한 끝에 가까스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문턱을 높이면서 인터넷 클릭 보다는 직접 은행을 찾는 수요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디지털전환으로 시중은행에서도 편리한 100% 비대면 대출이 가능해졌지만,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대면 서비스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은 오는 27일부터 1주택자의 경우 비대면 방식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 창구에서 심사를 통과해야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전세대출을 받아 부동산 갭투자를 하거나 주식·코인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을 대면 신청을 통해 솎아낸다는 전략이다.

지난 14일 금융당국과 5대 시중은행이 개최한 실수요 대출 관련 점검 회의에서 비대면 대출 방식으로는 실수요자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다만 비대면 전세대출 중단 방식이 5대은행 외 다른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으로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 18일 열린 전 은행권의 전세대출 관리방안 실무진 회의에서 일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비대면 전세대출 중단 방식에 반발한 영향이다.

시중은행에서는 비대면 대출 창구가 먼저 닫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나은행은 전날 저녁 6시부터 비대면 대출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과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를 중단했다. 비대면 대출 중단은 일단 연말까지 이어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는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비대면 전용으로 저금리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대출상품인 KB스타신용대출을 지난달부터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올인원 프로세스 시행으로 온·오프라인 상품 구성을 동일하게 하면서 비대면 전용 상품 판매가 종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고객 유치 경쟁 차원에서 비대면 대출상품에는 적용 예외를 뒀던 중도상환 해약금(수수료)은 신설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대면 신용대출 상품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신용대출에도 고정금리일 경우 대출금의 0.8%, 변동금리의 경우 0.7%로 중도상환 해약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 7월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과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인터넷)’에 변동금리 가입시 0.6%, 고정금리는 0.7%의 중도상환 해약금을 적용했다.
'빠르고 편리' 비대면 대출…상반기 비대면 대출잔액 111조7800억원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도 돈을 빌릴 수 있는 비대면 대출의 활성화는 가계 빚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8개 은행의 비대면대출 잔액은 111조7828억원으로 2017년 말 39조4093억원의 2.8배 수준이다. 은행별로 비대면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23조1265억원)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대출상품에 금리 혜택을 주고 100% 비대면 처리도 가능하게끔 편리함을 더하면서 하나은행(22조5726억원), 우리은행(21조5680억원), 신한은행(17조5339억원) 등도 선전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를 계속하는 이상 은행들이 더 이상 비대면 대출에 힘을 주기는 힘들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예상한 4분기 신용위험지수는 20으로, 3분기(10)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12로 마이너스권에 내려와 있다.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고 대출 문턱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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