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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올해에만 8번째’ 또 미사일 쏜 北… 靑 “깊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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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로 1발… 잠수함서 발사 가능성

SLBM 확인 땐 수중시험 후 2년 만

3國 정보수장·북핵대표 회동 맞춰

北 뺀 3국 대북회동에 불만… 압박 전술

“도발행위 규정 땐 대화 거부 가능성도”

대화 진정성 확인 등 다목적 의도 관측

세계일보

19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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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대화 동력을 살리려는 한국과 주변국의 노력이 전개되던 와중에 이뤄진 일이다. 미국 국무부는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19일) 오전 10시17분쯤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LBM 추정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구체적인 특성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북한이 쏜 미사일은 고도 60㎞, 비행거리 590㎞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포는 최근 수년간 북한의 SLBM 및 SLBM 탑재 잠수함 개발·건조 동향이 포착됐던 곳으로,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의 밀착 감시지역 중 한 곳이다. 군 당국은 이 일대에서 북한의 미사일 관련 움직임을 감지, 현지 동향을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미사일 발사 관련 통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오늘 아침에도 업무 개시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북한이 별다른 언급을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합참이 미사일 발사 지점을 ‘신포 동쪽 해상’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바지선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SLBM을 발사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 북한이 북극성-3형 SLBM 수중 시험발사를 공개했던 2019년 이후 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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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이 쏜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상임위원회를 연 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최근 우리와 미·중·일·러 등 주요국 간 활발한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유감’ 표현보다 더 나아간 것이지만 ‘규탄’과 같은 비판적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NSC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며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비판했지만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

이날 NSC 상임위에 당연직 위원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윤형중 국정원 1차장이 대신했다. 박 원장은 이날 방한 중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과 만나 대북현안 등에 대해 비공개 회동했다.

올해 들어 8차례인 북한의 무력시위는 워싱턴과 서울에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와 정보당국 수장이 회동하는 등 대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으로 다시 활기를 찾는 듯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한 것이며, 역내에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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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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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공조 흔들려는 계산된 도발… 대화 재개 ‘몸값 높이기’

1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한반도 정세와 대북 문제 등에 진척을 보려는 한국과 주변국의 노력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한국의 외교일정에 맞춰 미사일을 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대화 재개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다목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한·미·일 고위급 회동이 이뤄지면 곧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한 이날은 한·미·일 3국 정보수장이 비공개 회동에 나서고, 3국의 북핵 수석대표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이 비공개 회동을 했는데, 북한이 이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동을 앞뒀을 때 북한은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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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만나 북한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로 한 상태였다. 한·미 북핵 대표는 23일 서울에서 별도로 다시 만난다. 북한은 이날 ‘굳이’ 사거리가 1500㎞라고 밝히면서 발사 미사일이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번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개최 일정이 공개된 3국의 북핵 수석대표 협의도 고려됐을 수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자신들을 배제한 채 대북 회동을 하는 한·미·일을 향한 불만 표출과 함께 한국 등의 대화 재개 진정성을 확인하면서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일 대북 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를 압박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미사일 발사일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남북통신선 복원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적대정책 철회 등의 잣대로 우리 정부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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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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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천명한 이후 신무기 개발에 따른 일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공미사일 등 지난달에만 네 차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왔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무적의 군사력 보유와 지속적인 강화를 최중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남한 측의 일련의 행사를 겨냥했을 여지도 있다. 이날은 닷새 일정으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개막일이다. 또 이틀 뒤인 21일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되는데, 북한이 ‘김빼기 방식’의 선제 대응에 나서려 했을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발사까지 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ICBM 발사는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원유공급 중단 혹은 관광 금지와 같은 초강력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중국도 마냥 북한 편을 들어줄 입장이 아니다”며 “북한이 실리 없는 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고, 미완성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SLBM을 다시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핵심 변수는 이번 발사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평가와 대응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이어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우리 정부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이해 당사국들의 대북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표명했던 미국이 당분간은 대화 모색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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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1형보다 작은 직경 1m 미만 추정… 2000t급 잠수함에 여러 발 탑재 가능성

북한이 19일 동해상으로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미사일은 기존의 북한 SLBM과는 다른 특성을 지녔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 SLBM의 사거리는 2000㎞ 안팎이다. 실제 사거리로 SLBM을 쏘면 일본이나 러시아 해상에 미사일이 낙하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발사각도를 90도에 가깝게 설정해 정점고도를 높이고 비행거리는 줄이는 고각발사를 해야 한다. 북한이 2019년 10월 2일 쐈던 북극성-3형이 비행거리는 450㎞였지만, 정점고도는 910㎞에 달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쏜 미사일은 고도 60㎞, 비행거리 590㎞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점고도가 낮고 비행거리는 상대적으로 길다. 북극성 계열보다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북한이 소형 단거리 SLBM을 개발하여 시험발사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기술 문제 등으로 도산안창호함(3000t급) 같은 중형 잠수함 건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기존 고래급(2000t급)이나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에 소형 SLBM 여러 발을 탑재해 공격력을 높이고자 SLBM을 새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최근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 - 2021’에서 공개한 소형 SLBM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북극성-1·5형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소형 SLBM은 직경이 북극성-1형보다 작은 1m 미만으로 추정된다. 미사일 앞부분은 KN-23처럼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 KN-23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면 한·미 연합군의 요격 시도를 회피하는 풀업기동(탄도미사일이 하강 중 재상승하는 것) 능력을 갖췄을 수도 있다.

소형 SLBM에서는 방향 전환을 위한 격자형 그리드핀도 식별됐다. 격자형 그리드핀은 탄도미사일이 상승할 때 중심을 잡고 방향 전환을 도와 비행 안전성을 유지해주는 날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한·일 사이에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이날 오전10시15분과 10시16분쯤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자산에 포착된 건 1발”이라고 답했다.

박수찬, 김범수, 이도형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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