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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진핑도, 푸틴도 빠지면…암운 드리운 기후변화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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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글래스고서 31일 개막…주요국 불참 가능성에 우려

세계적 에너지 대란 여파로 탄소 저감 목표 회의론 커져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4위 배출국인 러시아 정상이 유엔기후변화 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구촌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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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개막 앞두고 화석연료 반대 시위하는 참가자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두 나라가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하자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유럽과 중국, 인도 등지에서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의 여파로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도 참가국들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英 글래스고서 31일 개막…주요국 정상 불참 가능성 커

이달 31일(현지시간)부터 2주 동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큰 기후변화 회의다.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2050 탄소중립' 목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전 세계 200여 개국 정상들이 모여 확인하는 자리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의 적극적 동참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19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의 27%를 내뿜은 최다 배출국이다. 러시아는 4.7%로 4위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절반가량이 아직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시하지 않았고, 급기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COP26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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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일간 더 타임스는 최근 영국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글래스고 기후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외교관들에게 들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시 주석이 총회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며 존슨 총리 역시 이 같은 말을 들었다"며 "우리는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총회 주최국인 영국은 시 주석의 불참이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세우는 것을 거부하는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중국은 앞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급속한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화석연료 수급난 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 20여개 성·직할시에서 심각한 전력난이 빚어지면서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더 타임스는 중국이 NDC를 발표하지 않거나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다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까지 낮추자는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의 또다른 당사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COP26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푸틴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COP26에 불참할 수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될 뻔했다"고 밝혔다.

BBC는 시 주석이 COP26에 불참하는 유일한 정상이 아닐 수 있다며 불참 가능성을 언급한 푸틴뿐 아니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아직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에너지 대란도 '악재'…툰베리 "큰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

글래스고 기후총회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에너지 대란이다.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폭등을 초래한 원인으로 주요국의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회 의장국인 영국만 해도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 탄소중립 정책 선도국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잉글랜드 북동부 요크셔 앞바다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운영 중인 영국은 2020년 기준 풍력 발전 비중이 24.8%에 달하지만 올여름 이상 기후로 북해에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전력난에 직면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풍력 발전 비중을 너무 높이다 보니 안정적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는 유럽국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 가격 폭등과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에너지 전문가인 브렌다 셰퍼 미 해군 대학원 교수는 "재생 에너지에 대한 과잉 투자와 에너지 지정학의 경시가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불렀다"며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장 원리와 기술, 정책, 지정학적 균형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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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영국은 재생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초래될 전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와시 쿠르탱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이번 주중 원전 신규 투자 계획이 담긴 탄소 중립 전략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달 22일 해당 보고서를 승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대국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탄소 저감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이런 추세가 다른 국가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COP26 참석을 꺼리는 것도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으로 야기될 경제적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화석연료보다 발전 단가가 훨씬 높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급격히 추진할 경우 작금의 에너지 대란이나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잖은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가 심화할 경우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급속히 오르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주요 석탄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처음에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압력에 못 이겨 결국 COP26에 참석하기로 한 것도 이런 딜레마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리슨 총리가 COP26 참석을 결정한 뒤에도 호주 연립여당 내에서는 야심찬 탄소중립 정책이 야기할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글래스고 기후총회가 괄목할 만한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COP26은 큰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진정한 변화를 계속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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