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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구조적 담합과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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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카르텔은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가격 결정 혹은 생산량 결정과 같은 공동행위를 통해 독점 이익을 획득하려고 할 때 형성된다. 독점 가격을 책정하거나 공급량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는 카르텔에는 이익이 되지만 소비자나 다른 기업에 더 큰 손해를 입혀 사회적으로는 해악을 끼친다. 카르텔은 담합의 일종이다. 담합의 통상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부당한’ 수익을 목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거래법에서 부당성의 기준은 경쟁제한과 효율성이다. 담합으로 공동행위자들 간의 경쟁 혹은 다른 시장 참여자들과의 경쟁이 제한되면 공동행위자들의 이익은 커지지만, 시장의 총잉여는 감소하여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경향신문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공권력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서 권력기관의 전·현직 관료들이 ‘뭉치면’ 재화(권력)의 독점 공급자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검찰카르텔, 사법카르텔, 토건카르텔 등의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학술적으로 적법한 표현이다. 공권력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행사돼야 하니 사적으로 거래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공권력 시장은 마땅히 불법 암시장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위직 검사로 퇴임한 전관 변호사가 한 사건에서 10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한 해 100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버는 것은 별일 아닌 것이 됐다. 지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대장동 토건비리 사건에서도 검찰 출신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을 푼돈같이 취급한다. 전관이 파는 것이 뭐길래 그렇게 비쌀까? 바로 공권력이다. 이런 몰상식한 관행이 상식이 돼버렸다.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담합이나 카르텔에는 검찰, 사법, 토건 등 이른바 권력기관 엘리트들의 카르텔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권력을 사고파는 시장은 존재하지만 그 시장을 인정하는 순간 합법은 불법이 되고 불법은 합법이 되는 자기모순에 빠지니 당연하다. 그래서 공권력 시장은 부패에 관한 법이 규제하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검찰과 사법부를 아우르는 법조계가 힘을 합치면 법의 잣대는 고무줄이 된다. 부패가 부패를 낳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금융카르텔의 금융사기 수입이 토건카르텔의 종잣돈이 되고, 토건비리의 거금이 법조카르텔의 종잣돈이 된다. 바로 대장동 토건비리에서 드러난 팩트다.

오랜 관행, 허술한 법과 제도, 시장과 권력의 편향적 구조 등의 영향 속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도덕적 책임을 느끼거나 느끼지 않거나, 소속 집단에 이익이 되는 공동행동들이 이루어진다. 이런 담합은 개인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 개인을 지배하는 사회구조에 기인하므로 구조적이다. 이런 구조적 담합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검찰카르텔, 토건카르텔, 모피아, 관피아, 이런 조어들이 필요할 만큼 권력형 비리 사건·사고가 흔하게 일어난다. 한국이 아직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부패한 사회라는 국제기구의 조사결과도 이런 구조적 담합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중형으로 감옥에 갇힌 것도 바로 중대부패 때문이다.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분노의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일 수 있었기에 대통령의 ‘초’중대부패를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공권력을 매매하는 중대부패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업 중이다. 수억, 수십억원의 전관 수임료는 그 권력의 가격이고 부패로 겪는 국민 고통의 크기다. 권력형 부패사건이 발발하면 무엇을 탄핵해야 할지 정치는 국민을 오리무중으로 이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그래야 정치권력도 사고팔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담합과 부패 척결이 우리 사회의 중대과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검찰, 사법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이 지속돼야 한다. 검사와 판사들에 대한 징계는 다른 공직자들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허술하다. 권력기관의 인사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강력한 독립 반부패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고위관료의 퇴임 후 취업활동과 소득에 보고 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전관예우에 대한 상시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공개돼야 한다.

개발사업과 부동산투기, 금융투기 등 불로소득은 구조적 담합과 부패의 온상이다. 공공의 토지수용권이 동원된 개발사업의 이익을 공공이 최대한 환수할 수 있도록 개발이익환수법을 강화해야 한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민간에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부동산 투기과열을 막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항을 명시하여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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