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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송전탑에 주민 신음…수도권 위해 희생되는 지방 [절반의 한국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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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원전을 짓는다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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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수도권 주민들의 쾌적한 삶 뒤에는 지방에서 전기를 만들어 보내고 쓰레기를 대신 태우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경향신문과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서울 강남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제작 : 이제석 광고연구소 ⓒ www.jesk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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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오기가 편하니 쓰레기들을 마구 갖고 오는 건지, 아예 북이면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 같아요.”

지난달 14일 충북 청주시 북이면을 방문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 앞에서 주민들은 울분을 쏟아냈다. 소각장이 지역에 들어선 뒤로 멀쩡하던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숨졌다는 증언들이 터져 나오자 한 장관은 고개를 숙였다. “왕눈이 엄마, 옥자 아버지 전부 암으로 죽었어요. 죽어 여기 못 온 이들이 더 많아요.”(장양1리 연영자 할머니) “장관이 사과는 했지만 언제 결과가 나올지. 죽으면 소용없지 않겠어요.”(장양1리 노상순 할머니) 면담이 끝났지만 주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장관이 약속한 건강피해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북이면에 소각장들이 들어선 뒤 최근 10여년간 인구 5000명인 북이면에서 주민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주민 1523명은 2019년 4월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라는 청원을 내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12월까지 실시된 환경부 조사 결과 소각장 주변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대기환경농도가 여타 지역보다 높았고, 주민들의 생체 내 카드뮴, 유전자 손상지표 등도 높게 나타났지만 ‘소각장과 암발생 관련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과에 분노한 주민들이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간담회가 열린 배경이다.

밤만 되면 마을 하늘에 치솟는 시커먼 불꽃을 보며 잠 못 이루거나, 바람 부는 날엔 송전탑의 아이 울음 같은 괴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주고 쓰레기를 대신 태우느라 질병과 소음, 오염, 이웃 간 갈등으로 그들의 삶은 얼룩졌다. 지방 주민들의 ‘희생의 시스템’으로 지탱되는 수도권의 우아하고 쾌적한 삶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혐오의 외부화’ 구조는 언제까지 작동할 것인가. 원전을 더 많이 짓자는 이들은 초고압 송전탑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려봤을까. 수도권 주민과 한국 사회가 마주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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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대신 태우고, 전기 보내고…정작 지방은 질병·소음·오염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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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 북이면의 논에서 수확철을 앞둔 벼가 누런 빛을 띠고 있다. 논 너머로 소각장 건물이 보인다.(왼쪽 사진) 지난달 15일 충남 당진시 석문면 당진화력발전소 인근 마을에 송전탑이 우뚝 솟아 있다.(오른쪽)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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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밀집한 수도권의 ‘뒷마당’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청주 북이면에 소각장만 3곳 돼
10여년간 주민 60명 암으로 사망
“밤에도 연기가 시커멓게 올라와”
제도가 ‘혐오시설 외부화’ 부추겨

지난달 14일 황금빛 논과 땅콩밭 사이로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북이면은 마을 초입부터 살풍경이었다.

화물차들이 비포장도로를 쉴 새 없이 드나드느라 뽀얀 먼지가 마을을 휘감았다. 인근 청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들이 내는 굉음으로 사람들의 대화가 자주 끊겼다. 경부·중부고속도로 IC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입지 조건 탓에 북이면은 자연스럽게 ‘수도권의 뒷마당’이 됐다.

북이면 장양1리 마을회관에서 반경 3㎞ 안에 소각장 3곳이 들어서 있다. 면 한가운데 위치한 클렌코(옛 진주산업) 소각장에 매일 트럭 수십대가 드나든다. 높이 치솟은 굴뚝은 북이면의 ‘달갑지 않은 랜드마크’다. 소각장 고개 너머 용계리 주민 김모씨(63)는 “건강 피해가 크게 문제가 된 뒤로 낮에는 소각을 덜 하는 것 같은데 밤엔 여전히 연기가 시커멓게 올라온다”고 했다. 1999년 우진환경개발이 처음 북이면에 소각시설을 가동했고, 클렌코와 다나에너지솔루션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세 업체는 하루 24시간 연중 소각시설을 돌린다. 2019년 소각 처리한 폐기물은 18만5415t으로 충북 전체 처리량의 54%에 달한다.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2003년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등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소각장들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북이면은 접근성이 좋고 땅값이 싸기 때문에 최적지였다. 소각장이 한번 들어서니 ‘낙인효과’가 발생했다. 최근까지도 폐기물 업체 2곳이 소각장 추가 설치를 타진했다.

규제도 느슨하다. 폐기물관리법에는 민간 소각장 간 거리나 숫자에 제한이 없다. 하루 처리용량이 100t 이하면 환경영향평가나 지자체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루 소각량 100t 이상일 경우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과반수 동의가 필수조건은 아니다. 일단 진입한 뒤 규모를 키우기 쉬운 구조다.

소각장 고개 너머에 사는 용계리 박모 할머니(84)는 “처음엔 조그만 소각장이었는데 점점 커졌다”며 “없애고 싶어도 말을 듣겠나”라고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지난해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타 지역으로 옮겨져 처리되는 폐기물은 833만t, 이 중 충청권으로 이동한 폐기물량만 514만t(61.7%)에 달했다. 수도권이 쾌적해지는 딱 그만큼 북이면 주민들의 고통이 커진 셈이다.

수도권 지자체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전체 쓰레기의 90%에 달하는 사업장 쓰레기의 처리가 자치단체의 소관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상 지자체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의무만 있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모른 체하는 동안 폐기물 배출 업체들은 쓰레기를 부지런히 수도권 바깥으로 옮겼다. 현행 제도가 ‘혐오시설 비수도권화’의 주범인 셈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제도가 발생지 처리원칙에 어긋나 있으니 폐기물 처리가 외부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쓰레기 문제를 실감하는 일이 가끔 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인천 쓰레기 매립지 사용 중단’ 뉴스다. 대안을 찾지 못하면 전국이 쓰레기로 뒤덮일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따지고 보면 서울·인천·경기의 샅바 싸움이다. 2018년 전국지 지면을 뒤덮은 ‘쓰레기 대란’도 엄밀히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다. 그 바람에 평소 무관심했던 지방 곳곳의 쓰레기산들이 반짝 조명을 받았으나 이내 잊혀졌다.

빨래를 밖에 널 수 없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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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인근 바닷가 썰물 때 해초와 함께 밀려 온 석탄가루. 신완순씨 제공


당진에 들어선 송전탑만 484개
탄가루에 주민들 문도 못 열고
소음과 전자파 걱정에 잠 설쳐

“바람이 세지면 송전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나요. 다 떠나고 이제 몇 가구 남지도 않았는데 보상도 안 해줘요.”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송전탑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사는 박종남씨(80)는 이제 송전탑 그림자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1990년대 말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박씨는 일이 끝나면 팔고 떠날 요량으로 이곳에 집을 샀다. 하지만 송전탑이 들어서자 이 일대 부동산 거래가 끊겼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뒤로는 송전탑을 쳐다보기가 무섭다. 바람이 거센 날에는 당진화력 저탄장에서 날아온 탄가루 때문에 문을 꼭꼭 닫아야 한다. 교로리를 찾은 지난달 13일에도 창틀마다 시커먼 탄가루가 그득했다. 빨래를 바깥에 널 수 없어 겨울엔 보일러, 여름엔 에어컨을 켜고 1년 내내 집 안에서 말린다.

교로리 주민인 신완순 당진시개발위원회 사무국장은 “가을에 배추를 심으면 못 먹을 정도로 이파리에 탄가루가 낀다”고 했다. 당진화력은 신설 9, 10호기를 위해 60만t 규모의 옥내 저탄장을 만들었지만 석탄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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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인근 마을 주택 출입구 현관에 쌓인 석탄가루. 신완순씨 제공


당진화력은 발전용량이 6040㎿로 세계 최대규모의 석탄화력발전단지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의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보내진다. 충남도는 1991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전체 전력량의 22%인 226만GWh를 생산했는데, 이 중 60%가까이가 타지역으로 송전됐다. 전력을 각지로 보내기 위해 당진에만 송전탑 484개가 들어섰다.

‘남 좋은 일 시키는’ 대가로 주민들은 탄가루를 들이마시고, 전자파 피해를 걱정해야 했다. 이 지역의 미세먼지(PM10)는 전국 1위(2020년 3월 기준)다. 희생의 대가로 나오는 지원금도 주민 갈등의 화근이 됐을 뿐이다. 소각장 증설이 일부 주민들과 업체 간 짬짜미로 이뤄지거나 발전소 주변지역에 배정된 특별지원사업비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엉뚱하게 쓰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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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당진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 채취한 석탄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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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 ‘지중화’에서도 차별받는 지방

타 지역 전력 의존 수도권이 문제
송전선 땅에 묻는 지중화가 대안
그마저도 경기도 벗어나면 ‘차별’

신고리원자력발전소와 북경남변전소 간 765㎸ 송전선로(91㎞)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전력과 경남 밀양 주민들 간 갈등은 2012년 1월 이치우씨(당시 74세)가 분신하는 비극을 불렀다. 신고리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탑 건설이 추진됐고,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 지가 하락을 우려해 사업 백지화 혹은 지중화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전자파로 인한 피해는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꽤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극저주파 전자파 노출이 소아백혈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한전은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초고압 송전탑을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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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765㎸ 초고압 송전탑이 밀양보다 당진에 더 많다. 경향신문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전력 ‘송전탑 및 지중화율 현황’에 따르면 당진~신안성 175.9㎞ 구간 중 당진 관내에 설치된 765㎸ 송전탑은 80개로 밀양(69개)보다 많았다. 345㎸, 154㎸까지 포함하면 모두 484개의 송전탑이 당진 곳곳에 들어서 있다.

한술 더 떠 한국전력은 당진시 송악읍 북당진변전소~아산시 신탕정변전소 36㎞ 구간에 345㎸의 고압송전탑 설치를 추진 중이다. 수도권 송전용이지만, 건강권과 재산권이 위협받는 것은 그곳 사람들이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송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법이 만들어졌지만 적용 대상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地中化)가 갈등을 줄일 대안이지만, 지중화율에서도 지방은 차별받는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충남의 송전선로 지중화 비율은 1.3%, 당진은 0.6%에 불과하다. 서울(89.9%), 인천(73.0%), 경기도(18.5%)와 차이가 현격하다. ‘송전선로가 경기도 평택부터는 땅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수치다.

충남도는 2025년까지 20억원을 들여 고압선 전자파의 인체 영향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송전탑으로 인한 건강우려가 제기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조사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송전탑 갈등은 수도권이 타 지역에 전력을 의존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통계를 보면 서울의 전력자립도는 12.7%(2021년 6월 기준)에 불과하다.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인프라 투자 비용은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느라 매년 2300억원을 쓴 것이다.

강남에 원전을 짓는다면

한국원자력 홈피에 뜬 질문에
지방 차별적인 답변 올라와
원전밀집도 최고인 대한민국
대부분은 영호남에 몰려있어

“한강변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 없나요?” 지난해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이다. 프랑스에서 센강 상류 물을 끌어와 노장쉬르센(Nogent-sur-Seine)에 원자력발전소(노장 원전)를 지은 것처럼 한강물을 이용해 수도권에 원전을 지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강 원전’이 안전 이유로 안 된다면 ‘동해 원전’은 괜찮습니까?

1987년 완공된 노장 원전은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120㎞ 떨어져 있다. 대략 서울~원주 간 거리다.

원자력연구원은 기술적으론 어렵지 않지만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정서(방사선과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인 장애”라며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가상사고 시 사고 후 관리를 하려면 대규모 인구밀집 지역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땅값이 비싼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게 되면 건설비가 추가로 든다는 점도 덧붙였다.

연구원의 답변은 차별적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원전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영호남에 몰려 있다. 인구가 밀집한 부산·울산 등 대도시에서 멀지 않다.

고리 원전 반경 30㎞ 내 인구수
후쿠시마 제1원전의 22배 달해

“한강물·인천 바닷물은 안 되나”
소형원전도 결국 핵폐기물 관건
안전 문제 공정의 잣대는 같아야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단지의 반경 30㎞ 내 인구는 382만명(2019년 기준)으로 2011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17만명)의 22배에 달한다. 반경 30㎞는 방사능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을 대피·소개해야 하는 관리구역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듬해인 2012년 고리원전 1호기의 블랙아웃, 원전 납품비리가 잇따르면서 주민 불안은 극대화됐다.

원전이 도입될 당시 지역 주민 의견은 논외였다. 경향신문 1968년 10월4일자 ‘원자력발전소 동래에’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입지가 경남 동래군 장안면 고리로 내정됐다. 관계당국에 의하면 이미 한·미 관계자 사이에 동래군 고리에 세우기로 합의 보았다”고만 돼있다. 홍덕화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입지가 결정된 사례들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주민 요구를 단순히 ‘님비(Not In My BackYard)’로 깎아내리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초기엔 지방의 대규모 공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도입된 원전이 요즘엔 수도권에 전력을 보내기 위해 건설된다. 원전의 지역경제 효과는 부풀려진 반면 공동체 해체와 내부 갈등,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은 지역 바깥에선 관심사가 아니다. 원전 주변지역에서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주민 상당수가 암에 걸려도 결론은 ‘인과성이 없다’는 쪽이다.

일본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에서 “원전은 큰 사고가 일어나면 주변 지역 사람과 자연에 심각한 피해를 안기기 때문에 인구 과소지역에 세워진다”며 “이는 원전이 주변 주민들의 희생을 상정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설령 원전이 큰 사고 없이 관리된다고 해도 치명적인 방사선을 뿜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원전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다. 차세대 원전으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전(SMR)도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SMR 역시 규모는 작더라도 가동하는 만큼 사용후핵연료가 나오는데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문제의 해법이라며 한국 원자력학계가 수천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재생 핵연료를 만드는 것) 연구는 10년이 넘도록 성과가 없다.

“바닷가 옆에 있어야 하고 석탄을 받아야 한다면 수도권이나 당진이나 조건은 같아요. 한강물이나 인천 바닷물을 쓰면 됩니다. 그런데 왜 발전소를 지방에 지으려고 할까요?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강남에 소형원전을 지으라고 하세요. 그것도 싫다면 최소한 지역 주민들 건강검진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수도권 사람들이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맞는 것 아닌가요?”(김병빈 당진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센터장)

‘공정’의 가치는 수도권에서만 통용되는 것인가. 서울 사람들이 전기차를 타고 우아하게 생활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가. 전기 생산과 쓰레기 처리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원칙은 불가능한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한 수도권과 지방 간의 ‘심리적 분단’은 더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특별취재팀
배문규·최민지(스포트라이트부)
박채영·문광호(사회부)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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