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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실거주 한다" 세입자 쫓아내고 새 계약 '꼼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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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1년 새 30% 오르자 전세계약갱신청구 예외조항 악용
처벌 규정 없어 세입자도 포기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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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2월 2년 전세계약 만기를 앞둔 박모씨는 주변에서 계약갱신청구를 통해 거래를 연장하는 사례를 보며 별 걱정없이 지내던 중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계약갱신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 아들이 결혼해 해당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됐다는 이유였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인근 전셋값이 2년 새 2억원 이상 오른 상황이어서 박씨는 결국 회사에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새 전셋집을 구한 후 현재 집주인에게 이사 날짜를 전달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아들의 입주 계획이 취소돼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야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며칠 후 부동산 거래사이트에는 박씨의 보증료보다 3억원이나 높아진 보증료로 매물이 등록됐다.

지난해 7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도입됐지만 시장에선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꼼수'가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의 횡포에도 민사소송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은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집주인 "실거주한다" 세입자 내보내

18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계약갱신청구 대신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년 전과 비교해 아파트 전세 시세가 2억원 가량 올랐지만, 갱신청구권을 받아들일 경우 5% 밖에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7월 도입한 임대차2법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제는 기존 세입자가 2년 계약 이후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집주인들이 악용하는 게 부지기수다.

서울 한남동 A공인 관계자는 "당초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 기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했는데, 세입자가 다른 집을 구하자 집주인이 계획이 바뀌었다며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달라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기존 세입자는 이미 다른 전세 계약을 한 상태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려면 해당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물어줘야하는 상황이다보니 결국 이사를 가게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1년 새 30% 가까이 오른 데 반해 계약갱신청구권제을 받아들일 경우 전월세상한제가 함께 적용되자, 일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올려받기 위해 이같은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평균 4억9922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올해 7월 6억3483만원으로 27% 급등했다. 9월에도 서울 전셋값은 6억5365만원을 기록하며 계속 상승세다.

■세입자 피해봐도 소송 부담에 포기

최근에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단기간 실거주를 한 후 매매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현행법상 기존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은 2년간 새 세입자를 들일 수 없지만, 이 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규정은 명시적으로 없다. 특히 임대차보호법에 별도 처벌 규정이 없다보니 계약갱신 관련 임대차 거래에서 세입자가 실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선 민사 소송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경민 수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꼼수로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의 보상을 받기 위해선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한다"면서도 "법정에서 임차권에 따른 손해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실제 승소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위자료가 크지 않다보니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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