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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쌓아둔 저축액 3,200조원···소비자 지갑 안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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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가계저축 증가세

위드 코로나에도 지출은 '주저'

소비둔화, 경기 회복에 부정적

"억눌린 수요 존재 안해"지적도

미국과 유럽 가계가 쌓아둔 저축액이 현재 총 2조 7,000억 달러(약 3,200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며 일상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 소비 둔화가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경제


17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누적 저축액은 지난 8월 말 현재 2조 3,380억 달러로 집계됐다. 누적 저축액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3월 630억 달러를 기록한 후 줄곧 늘어났다. 특히 누적 저축액은 7월 말( 2조 3,120억 달러)에서 8월 말 사이 260억 달러가량 오히려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지출이 큰 여름 휴가철에도 소비자들이 돈을 쓰는 대신 오히려 모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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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계의 누적 저축액은 올해 8월 말 3,550억 유로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250억 유로를 기록한 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잇따라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며 이동·영업 제한 등 코로나 관련 각종 규제들을 걷어내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미국 소매 판매는 월가의 예상을 깨고 전월 대비 0.7% 증가하는 등 점차 소비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저축액이 이 정도로 쌓여 있다는 것은 가계지출이 본격화하려면 아직 멀었음을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시장 분석 기관인 영국 TS롬바르드 소속 다리오 퍼킨스 글로벌 거시경제 담당 이사는 “현재로서는 저축액이 시중에 유입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가계가 돈을 잘 쓰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불안감을 든다. 언제 또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같은 변종이 유행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회복 속도와 일자리 전망에 대한 불안감도 지출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현재는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설이 계속 힘을 받는 상황이다. 가계로서는 소비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가계가 팬데믹 완화에 따라 실제 소비를 늘릴지는 회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가 코타가 독일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봉쇄 기간 동안 미장원을 가지 못했다고 나중에 몇 번씩 몰아서 머리를 자르지는 않지 않느냐”며 “(팬데믹 탓에) 억눌린 수요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글로벌 물류대란도 소비 회복의 걸림돌로 꼽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사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을 주문하면 길게는 1년이 지나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미국의 한 개인 재정 자문 업자는 “고객 중 부엌 리모델링을 하고 싶지만 업자들이 앞으로 1년 동안 예약이 꽉 차 있어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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