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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日 국가기간산업 '통신·금융' 전산장애 잇따라.."잃어버린 20년 반복될 것"[도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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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최대 통신기업 NTT도코모 29시간 먹통
200만명 피해 "전화가 걸리지 않는다"
日 메가뱅크인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잇따라 거래 장애 사고
지방 행정시스템 통합도 제각각


파이낸셜뉴스

일본 도쿄, 마스크를 쓴 행인 뒤로 NTT도코모의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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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조은효 특파원】 "많은 분들께 걱정과 폐를 끼쳐드려 사과드립니다."
지난 15일 일본 최대 이동통신 기업인 NTT도코모의 다무라 호즈미 부사장 등 경영진이 기자회견을 열어 '29시간'동안, 무려 일본 전국 200만명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것에 대해 허리 굽혀 사과를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본의 메가뱅크(대형은행)인 미즈호은행에서 올들어 '8번째' 전산 장애가, 이달 12일에는 같은 메가뱅크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서 외환거래가 지연되는 사고가 터졌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증시 중 한 곳인 도쿄증권거래소가 시스템 결함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의 국가 기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 금융 전산망에서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거래 안전에 불안을 느끼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18일 NTT도코모와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도코모 측이 택시 전자 결제 및 자동 판매기 등에 사용되는 사물인터넷(IoT)를 새 버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서버에 과부하 걸렸고, 이로 인해 3·4·5세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음성통화, 데이터 통신이 먹통이 됐다. 도코모 측이 장애를 모두 해결했다고 발표한 14일 오후 8시에도 "전화가 걸리지 않는다"는 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사회관계망(SNS)에 속출했고, 결국 15일 밤 10시가 돼서야 복구가 가능했다.

가네코 야스시 총무상은 "전기 통신 사업법상 중대한 사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NTT도코모에 구두 경고를 보냈다. 일본 총무성은 3만 명의 이용자가 1시간 이상 통신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심각한 사고'로 분류하고 있다. 지진, 태풍 등 각종 자연 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통신은 '생명선'이라고 할 만큼 중대한 인프라다.

미즈호은행은 횟수를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전산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보다 못한 일본 금융청이 감독을 하겠다며, 업무 개선 명령과 함께 미즈호 측에 시스템 관련 작업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그로부터 불과 8일 만인 지난달 30일 올해 8번째 거래 중단 사고가 일어났다. 어디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원인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로 인해 "언제 또 장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파이낸셜뉴스

일보 도쿄의 미즈호은행 로고 앞으로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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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도 현금입출금기(ATM)가 멈추는가 하면, 인터넷 뱅킹, 외환송금 등 다양하다. 2000년대부터 진행된 은행 합병 과정에서 각각의 은행이 들고 있던 기존 전산망을 하나로 일원화하지 못한 게 근본적인 이유로 지목된다. 시스템 업체들과의 이해관계, 합병 은행들간 시스템 주도권 싸움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즈호은행 측이 이에 각각의 시스템을 연결하기 위해 4500억엔(4조6700억원)을 들여 '미노리'라는 통합망을 만들었지만, 구조적 결함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지방행정 시스템 통합 작업 역시, 대기업 정보기술(IT)업체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면서 결국 제각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 리더십의 부족으로 일본의 디지털 전환(DX)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시 한 번 대응을 잘못하게 되면, 잃어버린 20년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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