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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광주 건물 붕괴사고 첫 병합재판…피고인들 모두 책임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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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업무상과실 치사상 재판 열어

한겨레

6월9일 철거공사 중 무너져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철거 공사 모습.국토부 사고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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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건물 붕괴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는 공사 관계자들이 첫 병합재판에서 책임을 부인했다. 희생자 유족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진상 규명과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호소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사)는 18일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공사 에이치디시(HDC) 현대산업개발, 한솔기업, 백솔기업 관계자 7명의 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현대사업개발 현장소장 서아무개(57)씨, 안전부장 김아무개(57)씨, 공무부장 노아무개(53)씨, 철거공사 하청업체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아무개(28)씨, 불법 재하도급업체 백솔건설 대표 조아무개씨(47)씨, 한솔기업과 철거공사를 나눠 진행한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아무개(49)씨, 감리자 차아무개(59)씨 등이다.

피고인들은 부실하게 건물 해체 공사를 진행하거나 부실 공사를 묵인·방조해 6월9일 사상자 17명을 낸 건물 붕괴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불법하도급을 받은 백솔건설이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먼지를 줄이기 위해 과도하게 물을 뿌려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판단했다. 감리자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검찰은 네 차례에 나눠 피고인들을 기소해 4곳의 재판부에서 각각 재판을 받았으나 같은 쟁점을 다루고 있어 법원이 하나로 병합했다.

이날 피고인쪽 변호인들은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현대산업개발쪽 변호인은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니라 건축물 관리법을 적용해야 한다. 건축물 관리법상 해체 주체는 철거업체, 현장 감리, 해당 관청이기 때문에 작업을 발주한 도급자에게는 주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솔기업쪽 변호인은 “해체 방법 미준수 과실은 인정하나 건물 붕괴와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붕괴사고 당시 신호수를 배치해 우회 운행을 유도했으나 버스 운전자가 수신호를 무시하고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과다한 살수는 원청의 민원을 거부할 수 없었던 입장을 고려해 책임을 경감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지시에 따라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안전조치까지는 제가 담당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원이앤씨쪽 변호인은 “계약에 따라 석면 해체만 담당했다. 이면 계약을 통해 일반 건축물 철거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일 오전 10시30분 다음 기일을 열어 증거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족과 38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학동참사 시민대책위’는 이날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직후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피해복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재판부가 엄정한 판결로 희생자들과 유족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정호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오늘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주장은 아무도 책임이 없다며 회피하는 취지로 들릴 수 있어 안타깝다. 최소한의 피해 회복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법리적 다툼을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6월9일 오후 4시22분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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