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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진심 전하려 편지 썼는데 찢어버린 학생… 고교 교사의 ‘분노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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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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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등 교권 추락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학교에서 겪은 분노일지 써 본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라는 작성자 A씨는 “내가 나이가 많이 어리다. 여자이고 키도 작아서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을 감안하고 쓴다”고 했다.

A씨는 먼저 학생들로부터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A씨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거나, 수업 중 발표를 시키는데 “야 XX 뭐래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져서 뺏으려 했다. 교칙상 원래 휴대전화를 걷는데 아이가 안 낸 거다. 수업 때만 걷고 쉬는 시간에 다시 준다. 그런데 아이가 반항하며 내 휴대전화를 뺏어서 던졌다”고 전했다.

또한 A씨는 “전달사항을 말하는데 어떤 애가 못 들었나 보다. 내 면전에 대고 옆자리 짝꿍에게 ‘담임이 방금 뭐래?’라고 했다”고 적었다. A씨는 이에 대해 “‘뭐라고 하셨어?’라고 묻던지 아니면 나 없을 때 물어보던가”라고 덧붙였다.

A씨는 무슨 말만 하면 ‘아 어쩌라고요’라는 말이 돌아오거나 혼을 내려고 하면 아이들이 ‘영상을 찍겠다고’ 난리를 친다고도 했다. 그는 혼내면서 목소리가 높아지니까 ‘아 시끄러워 왜 소리를 질러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내 진심을 전해보고자 직접 편지를 써서 돌리기도 했는데, 찢어서 버린 걸 발견했다”며 “이 이후로 아이들에게 조금 남아있던 정이 다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물론 예쁜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힘들게 하는 아이들 떄문에 번 아웃이 와서 예쁜 아이들에게 사랑 줄 힘이 없다”며 “학기 초엔 이틀에 한 번씩 울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보고 ‘자질이 없네’라고 하는데, 작년에 대학 갓졸업해서 열정 넘쳤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했다. 충분히 아이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했었다”며 “내가 더 잘하면 애들이 다 알아주겠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 이상으로 충분히 노력했다”며 아이들에게 피자, 치킨도 사주거나 고깃집에 데려가고 월 1회 단합대회도 열어봤다고 밝혔다. 그는 “힘들게 하는 아이들은 잘해주면 잘 해줄수록 얕보더라. 내가 처음부터 번 아웃 온게 아니란 말이다. 한번 얕보이니까 계속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걸 어떡하나”라고 적었다.

해당 사연을 들은 네티즌들은 “우울중 비율이 높은 직업 중 하나가 교사더라. 힘내라”, “그런 아이들 데리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나는 그래서 이직했다. 답이 없다. 감당할 자신이 없더라”, “학생들이랑 말싸움하는 거 진짜 자괴감 드는데 너무 힘들겠다” 등의 반응을 남기며 응원과 위로를 전했다.

몇몇 네티즌들은 “내 아내도 비슷한 일을 하는데 9살짜리 아이로부터 대놓고 ‘쌤 연봉 얼마 받고 이런 일 하는 거에요? 대학 나와서 능력 없으니까 선생질 하는 거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부임 첫해 담임 맡았던 아이들 중 한 명이 페이스북에 ‘XXX 자를 것임’이라고 올렸다. 첫해부터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앞에선 웃어도 뒤에 가선 욕하더라.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아부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놓으며 A씨에 공감하기도 했다.

이외에 “그래도 학교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폭력과 체벌이 행해지는 공간이 되면 안 된다. 징계 등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외국처럼 스쿨폴리스를 뒀으면 좋겠다”, “교사 바디캠이라도 필요한 것 아니냐” 등의 반응도 있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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