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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페이스북·인스타에 나 대신 가상인간이…일자리도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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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편집자주] 광고모델과 아나운서, 은행원, 아이돌 등 인간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가상인간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사람행세 하는 게임 속 캐릭터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매력으로 팬덤을 만들고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존재들이다. 수많은 가상인간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열어갈 세상에서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MT리포트-가상인간이 몰려온다]"전면엔 가상인간, 사람은 무대뒤로...어떻게 취급할지 사회적 합의 필요"

머니투데이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 있는 'AI 체험존' /사진제공=KB금융


가상인간이 우리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경제적 쟁점이 생겨날 것으로 점쳐진다. 일자리 이슈가 대표적이다. 광고 모델이나 기상캐스터, 은행원 등 기존 인력을 가상인간이 대체하는 게 가능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내외 가상인간이 주목받는데는 코로나19(COVID-19)로 익숙해진 온라인 비대면 환경이 한 몫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화면을 통한 시각적인 요소들을 찾다보니 가상인간이 주목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 회의·공연 등 사회·경제적인 활동 중 상당수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했다"며 "가상인간은 비대면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호감을 느낄 만한 요소들을 종합한 최적의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업계나 미디어, 서비스 직종에서 먼저 활용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요인들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인간은 상업적인 활용뿐 아니라 정치적 발언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의장은 "대표적인 가상인간인 릴 미켈라는 인권과 인종차별, 환경문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하는데, 이런 메시지는 놀랍게도 실제로 호응을 얻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의 나 대신할 '페르소나'…SNS 계정처럼 '대중화' 가능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인간' 등장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실존 인물을 본 떠서 가상인간을 만들거나 아예 다른 '페르소나'(타인에게 비치는 인격)를 만드는 게 가능해서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연예인, 정치인 같은 유명인을 가상인간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 기술이 더 보편화되면 40대 중년 남성이 20대 여성 가상인간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만드는 새로운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인간이 'SNS 계정'처럼 대중적인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 의장은 "기존에 실제 사람들이 SNS에서 활동할 때는 1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가상인간은 여러 페르소나를 표현 가능하다"며 "사안에 따라 A 가상인간으로, 다른 때는 B 가상인간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SNS에 멋지고 예쁜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대신 가상인간을 만들고, 실제로는 춤을 못추는 사람이 가상인간을 내세워 훌륭한 춤꾼 같은 연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김 교수는 "온라인 화면을 통해 노출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가상인간이 기존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며 "가상인간 제작 관련 일자리는 늘겠지만, 기존 일자리들은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동인력 문제는 일의 질적인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가상인간이 맡고, 사람들은 얼굴없는 역할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상인간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과제다. 김 교수는 "앞으로 가상인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며 "가상인간에 대한 성희롱이나 욕설 등에 기준이 없으면 실제 사람을 대할 때 태도나 가치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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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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