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6%대 관리에 너무 얽매여 실수요자 대출 중단되는 일 없도록 관리”
9월중 은행권 전세대출 규모 2조5000억원…연말까지 8조원가량 여력 늘어
고승범 금융위원장. 뉴스1 DB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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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서상혁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출총량 규제를 다소 유연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고강도 총량 관리 방침에서 일단 후퇴한 셈이다. 기존의 총량 규제 원칙 고수로 대출절벽에 내몰린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금융당국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금융위의 이 같은 결정으로 연말까지 금융권의 대출 여력은 현재보다 8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알고 하는 투자, 알투플러스 교육플랫폼 오픈 기념 세미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연말까지 (실수요자가 많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10월부터 12월까지 4분기 중에 늘어난 전세대출에 대해선 총량 관리를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세대출이 늘어나 가계부채 증가율이 연간 목표치인 6%대를 넘어서도 용인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결정을 한 데는 기존의 총량규제 관리 원칙만 고수하면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실수요자 피해 방지의 첫 번째 방안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의 중단이 없도록 연말까지 관리를 잘하겠다고 이날 (발표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이 “6%대 관리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총량 관리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6%대 관리에 너무 얽매여서 전세대출이나 집단대출 같은 실수요자 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금융당국이 기존의 방침에서 다소 물러난 것은 실수요자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로 금융권이 일제히 대출을 옥죄자 실수요자들은 불만을 넘어 분노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글들이 올라왔으며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전셋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돈줄까지 막아버리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는 글들이 쏟아졌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여권에서도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에 대한 과도한 제약으로 이어져선 절대 안 된다”며 금융당국을 압박했다. 게다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금융당국에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라는 요구가 거셌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전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8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전날(13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9월 중 은행권의 전세대출은 2조5000억원, 8월 중에는 2조8000억원이었다. 따라서 10~12월 전세대출을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에서 제외하면 연말까지 7조5000억~8조4000억원의 여유가 더 생기게 된다.
이달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6.99%의 증가율로 관리를 한다면 연말까지 5대 은행의 대출 한도는 13조5560억원 정도가 남은 상황이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다소 대출에 여력이 생기게 됐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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