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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임헌영 "진보도 부패·무능·분파주의 빠지면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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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출간 간담회

문학평론가 유성호와의 대담 책으로

80년 생애 속 한국 근현대사 재조명

"올바른 정치 선택할 국민 역할 중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진보는 부패, 무능, 분파주의에 빠지는 순간 보수화됩니다. 보수도 합리화되면 진보가 될 수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표적인 진보적 학자로 ‘친일인명사전’ 출간을 주도한 임헌영(80) 민족문제연구소장이 현재 한국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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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왼쪽)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연 대담집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함께 대담에 참여한 유성호 문학평론가(사진=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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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소장은 신간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을 기념해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밝힌 것처럼 진보는 ‘내일’을 의미하는 것이지, 진보와 보수라고 해서 특정한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소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신간의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은 임 소장이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와의 대화를 담은 책. 임 소장은 이번 책에서 유년 시절부터 두 번의 수감생활을 거쳐 민족문제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현재의 생애를 집약하는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 나아가 세계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함께 다뤘다.

임 소장은 “내가 평생 추구해온 것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었고, 이는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민족의 주체적인 정신을 살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어떤 그 민주정부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심한데, 이에 못지 않게 역사의식의 격차가 큰 것도 문제”라며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데 올바른 정치를 선택할 줄 아는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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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왼쪽)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연 대담집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 일부분을 읽고 있다. 오른쪽은 함께 대담에 참여한 유성호 문학평론가(사진=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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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 소장은 시민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일반 정치인을 바라보는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임 소장은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은 조금만 옥에 티가 있어도 난리가 나지만, 일반 정치인은 티가 여러 개 있어도 난리가 안 난다”며 “그런 걸 보면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편항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가 되기 위해선 국민의 60%가 올바를 정치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임 소장은 “유럽이 정치인의 휘황찬란한 언변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민이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원화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60%가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있고 나치와 같은 극우 세력은 20% 이하로 떨어질 때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한길사가 2005년 출간한 언론인 겸 학자 고 리영희(1929~2010)와의 대담집 ‘대화’에서 인터뷰어로 참여한 바 있다.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을 통해 16년 만에 인터뷰이가 된 셈이다. 임 소장은 “리영희 선생과는 선생이 한 일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면, 이번 대담에서 나는 어떤 주제와도 상관없이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라고 말했다.

책은 임 소장의 생애를 씨줄로, 임 소장이 겪은 수많은 사건·인물·기억을 날줄로 삼았다. 문학은 물론 정치, 역사, 사상 등 폭넓은 주제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 나아가 현대사의 단면을 조명하고 있다. 임 소장과의 오랜 친분으로 대담에 참여한 유 교수는 “임헌영 선생의 자서전이면서 한국 근현대사 해석이자, 진보 담론에 대한 해석적 재구성이기도 한 책”이라며 “1인칭 고백적 어투도 많아 다른 대화록보다 읽을 맛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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