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출간 간담회
문학평론가 유성호와의 대담 책으로
80년 생애 속 한국 근현대사 재조명
"올바른 정치 선택할 국민 역할 중요"
문학평론가이자 대표적인 진보적 학자로 ‘친일인명사전’ 출간을 주도한 임헌영(80) 민족문제연구소장이 현재 한국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임헌영(왼쪽)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연 대담집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함께 대담에 참여한 유성호 문학평론가(사진=한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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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소장은 신간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을 기념해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밝힌 것처럼 진보는 ‘내일’을 의미하는 것이지, 진보와 보수라고 해서 특정한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소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신간의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은 임 소장이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와의 대화를 담은 책. 임 소장은 이번 책에서 유년 시절부터 두 번의 수감생활을 거쳐 민족문제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현재의 생애를 집약하는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 나아가 세계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함께 다뤘다.
임 소장은 “내가 평생 추구해온 것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었고, 이는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민족의 주체적인 정신을 살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어떤 그 민주정부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심한데, 이에 못지 않게 역사의식의 격차가 큰 것도 문제”라며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데 올바른 정치를 선택할 줄 아는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임헌영(왼쪽) 민족문제연구소장이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연 대담집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 일부분을 읽고 있다. 오른쪽은 함께 대담에 참여한 유성호 문학평론가(사진=한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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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 소장은 시민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일반 정치인을 바라보는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임 소장은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은 조금만 옥에 티가 있어도 난리가 나지만, 일반 정치인은 티가 여러 개 있어도 난리가 안 난다”며 “그런 걸 보면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편항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가 되기 위해선 국민의 60%가 올바를 정치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임 소장은 “유럽이 정치인의 휘황찬란한 언변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민이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원화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60%가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있고 나치와 같은 극우 세력은 20% 이하로 떨어질 때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한길사가 2005년 출간한 언론인 겸 학자 고 리영희(1929~2010)와의 대담집 ‘대화’에서 인터뷰어로 참여한 바 있다.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을 통해 16년 만에 인터뷰이가 된 셈이다. 임 소장은 “리영희 선생과는 선생이 한 일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면, 이번 대담에서 나는 어떤 주제와도 상관없이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라고 말했다.
책은 임 소장의 생애를 씨줄로, 임 소장이 겪은 수많은 사건·인물·기억을 날줄로 삼았다. 문학은 물론 정치, 역사, 사상 등 폭넓은 주제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 나아가 현대사의 단면을 조명하고 있다. 임 소장과의 오랜 친분으로 대담에 참여한 유 교수는 “임헌영 선생의 자서전이면서 한국 근현대사 해석이자, 진보 담론에 대한 해석적 재구성이기도 한 책”이라며 “1인칭 고백적 어투도 많아 다른 대화록보다 읽을 맛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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