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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기자수첩]유가 급등에 취지 무색해진 '연료비 연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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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배럴당 80달러를 웃돌았다. 연료비 변동과 엮어 놓은 전기요금 역시 덩달아 오를 게 뻔하다.

정부가 올해 전기요금 산정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원가 반영 압력이 이처럼 빨리 다가오리라곤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가 전망치는 배럴당 최대 48달러였다. 산업부는 이어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치 감안시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에 연료비 상승·하락분을 반영하는 게 제도의 골자인데, 유가가 안정적으로 전망돼 요금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예측은 불과 1년도 안돼 완전히 빗나갔다. 유가가 정부 예상치의 2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취지대로라면 한전은 4분기에 이어 앞으로도 수차례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그동안 정치 논리로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올초 전기요금을 한 차례 인하한 후, 지속된 연료비 상승에도 동결로 버티다가 4분기에 마지못해 인상했다. 유가 예측도 실패한 상황에서 인상분마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산업부 내부에서 "(도입)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가 예측 실패에 따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의 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전날 국감에서 고질적인 영업적자와 관련해 "전력생산에 필요한 원가를 제대로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크다"고 했다.

내년 유가는 현재 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 예측이 어렵다면 연료비 연동제라는 제도의 신뢰라도 최소한 지켜야 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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