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정도는 오히려 확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지난 8월 금리 인상으로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직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최근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소위 실물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그간 금융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상당폭 누적돼 왔기 때문에 지난 한차례 금리 인상만으로 곧바로 정책효과가 가시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이 총재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
▲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최근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소위 실물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8월 금리 인상으로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준금리 인상 후에도 실질 기준금리, 금융 상황 지수 등 여러 지표로 평가한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으로 판단한다.
-- 금리 인상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데, 금리 인상으로 자산 주체 기대심리에 변화가 생겼다고 보나.
▲ 기준금리 인상 후에 시장금리, 여·수신 금리 상승 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증대되면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 특히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성향은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그간 금융 불균형이 지속해서 상당폭 누적돼 왔고, 물론 금리 외에도 다른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쳐 왔기 때문에 지난 한차례 금리 인상만으로 곧바로 정책효과 가시화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
-- 한은은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꾸준히 밝힌 바 있다. 추가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 관련해 경제의 어떤 부분이 주요 고려사항인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가.
▲ 금리의 결정과 추가조정 여부는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원론적이지만 당연한 원칙을 말씀드린다. 지난 8월 금리를 인상할 때 앞으로는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동결했지만, 여러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짚어볼 것이다. 만약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인 6%대 달성을 위해 금융당국의 총량규제와 한은의 금리 인상이 함께 이뤄져야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있다.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한은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나. 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평가는.
▲ 한은의 역할은 전반적인 금융 불균형의 완화를 도모하는 것이지 특정 자산의 가격, 특정 시장을 타겟(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있다.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들의 위험선호나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행위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금융 불균형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도 거시경제 여건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소비자동향조사를 근거로 주택가격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고 봤는데, 동의하는가.
▲ 주택시장은 워낙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안정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택가격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고, 또 그중에서도 주택시장 기대 심리도 중요한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비자동향조사의 주택가격 전망도 유의할 필요가 있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거세고 중국 헝다 사태 등 리스크 요인 있는데 이것이 우리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로 보나.
▲ 대외 여건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외국인 채권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점을 보면, 대외 리스크 영향이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외부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단기적으로는 다소 완만해진 게 사실이지만 기조적으로 볼 때는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본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견해는.
▲ 우리나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최근 예상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인 점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 오늘 금통위원 2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향후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가.
▲ 연속 인상 여부는 과거의 관행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이 중요하다. 이달에는 동결하지만, 다음 달에는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 상황이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오늘 금통위 회의에서 다수 위원의 견해였다.
viva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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