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강력 반발…폴란드 총리 "EU 떠날 생각은 없어"
유럽연합(EU)를 지지하는 시민들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7일(현지시간) 자국에서는 유럽연합(EU)의 조약·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더 앞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폴란드 사법부마저 정부를 지지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폴란드와 EU의 불편한 동행이 지속될지 주목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헌법재판관 14명 중 12명은 폴란드가 EU에 가입했다고 해서 폴란드가 법적 주권을 EU에 넘겨준 것은 아니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EU 조약은 폴란드 법제도 안에서 헌법에 종속돼 있다"면서 "다른 폴란드 법 제도와 같이 폴란드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EU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결정과 폴란드 헌법 중 어느 것이 상위법인지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폴란드 하원 |
폴란드 정부와 EU는 최근 '사법 통제' 논란을 두고 공방 중이다.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끄는 여당 '법과정의당'(PiS)은 2018년부터 하원이 법관을 인선하는 위원회의 위원을 지명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자 여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전부터 폴란드 정부에 해당 법관 인선제도 효력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해온 ECJ는 지난 3월 폴란드 정부가 EU법을 위반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런 ECJ의 결정이 기존 정책을 번복할만한 상위법이 되는지 가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한 것이다.
이번 결정을 내린 폴란드 헌법재판관 중 다수가 친정부·여당 성향이며, 일부는 전 여당 당원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EU 집행위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EU 집행위는 "EU 법은 헌법 등 개별 국민국가의 법보다 상위법"이라며 "ECJ의 모든 결정이 개별 국가의 사법부를 포함해 모든 회원국에 효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EU 집행위는 EU법의 통일성과 그 동등한 적용을 보장하기 위해 힘을 휘두르는 일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
반면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다른 국가와 같은 법적 권리를 갖고 있고 존중받길 원한다"면서 "우리는 EU 내 불청객이 아니며 2등 국가로 대우받는 것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EU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와 EU 측 충돌이 심화하는 가운데 결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재집권에 성공한 폴란드 법과정의당은 사법 영역에 이어 국영TV·라디오 경영진을 정부가 임명할 수 있도록 언론 관련법도 개정하면서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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